6·25전쟁, 북한의 불법 남침이 아니라 '내전'과 '대리전'으로 규정

6·25전쟁의 민간인 학살, 국군과 유엔군에 의해 자행된 대량학살로 규정

북한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

공공기관의 의도적인 역사왜곡을 의심한다

얼마전 대전 동구청에서 주관하는 '진실과 화해의 숲' 조성에 관한 내용이 기사화가 되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6·25전쟁 민간인 희생자 추모 공간 조성 사업을 위해 추진 된 국제설계 공모에, 42개국 109팀이 참여하였는데, SGHS 설계사무소(대표 이종철, 강현석, 김건호)의 'Motonymic Juxtaposition(환유적 병렬구조)'가 1등으로 당선이 되었다는 내용이다. 

진실과 화해의 숲에 대한 1등 당선작의 설명을 듣는 대전 동구청장(사진=대전 동구 제공)
진실과 화해의 숲에 대한 1등 당선작의 설명을 듣는 대전 동구청장(사진=대전 동구 제공)

하지만, '진실과 화해의 숲' 사업을 추진하는 홈페이지의 공모 배경 설명이 문제가 되었다. 현재는 해당 홈페이지에 바로 접속을 하면 공모배경은 노출되지 않는데, 기자가 확인해본 결과 일부 검색엔진에서는 검색을 통해 공모배경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주최측은 공모 배경에 대하여 6·25전쟁의 민간인 학살이 국군과 유엔군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설명하면서, 이에 대한 이해를 바로잡고, 공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진실과 화해의 숲을 조성하게 된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주최측은 "북측 민간인 희생자 150만 명 중 약 90%는 대부분 네이팜탄 공습으로 인한 소사자와 댐 파괴로 인한 익사자들인 반면 남측 50만 민간 희생자들 중 약 30만 명은 놀랍게도 군경과 적대적 민간인들에 의한 대량학살로 죽어갔다"라고 묘사하고 있다. 

또한, '진실과 화해의 숲'을 대전 동구에 조성하는 이유로, 대전 동구 낭월동 곤룡골에서 자행된 '보도연맹 학살사건'을 언급하고 있다. 주최측은 이를 가리켜 "좌익의 꼬리표가 붙은 사람들은 전쟁 발발 직후부터 예비검속의 미명하의 전격적으로 집단 처형을 당하였다. 전쟁 기간 내내 이러한 일들은 남북한 전역에서 자행되었다"고 말하며 "수천명 이상의 민간인들은 한국전쟁 발발 3일 후부터 10일 동안 어떤 재판 절차도 없이 단기간에 집단 처형되었다. 그야말로 한밤중에 집과 감옥에서 불려나와 영문도 모른 채 집단 총살형에 처해졌던 것이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주최측에서는 북한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북한은 전쟁 당시 평양·원산·함흥·수안 등 북한지역에서도 '반역자를 처단하라'는 김일성의 지시에 따라 대규모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다. 특히, 북한 신천군 사건이라 알려진 일은 국군과 유엔군의 북진에 의해 패퇴하던 인민군이 신천에 남아 있던 지주, 자본가, 기독교인 등 우파 성향의 민간인들을 대량 학살한 것이다. 또 다른 학살은 평양에서 알어난 일이었다. 김일성은 북한지역에서 북한 내 불순분자 색출을 모토로 '예비검속'을 실시했는데, 약 6500여 명의 민간인과 우익계열 인사들이 학살을 당하였다. 이외에도 인천상륙작선으로 인해 패퇴할 때, 신부와 목사 60여 명을 납치해 총살시키기도 하였고, 박천군에서는 교회당에 민간인을 몰아놓고 폭격을 가해 몰살시킨 일도 있었다. 또한 충남 논산의 병촌교회에서 일어난 집단학살, 전남 영광군에서 일어난 20,000여 명의 학살사건,  전남 무안의 복길교회 학살사건도 모두 북한에 의해 자행되었다. 주최측은 이러한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도 않은 채, 한 쪽의 이야기만 진실인 것처럼 일방적으로 주장함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국민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진실과 화해의 숲 background 설명의 일부분(사진=홈페이지 갈무리)
진실과 화해의 숲 background 설명의 일부분(사진=홈페이지 갈무리)

이외에도 6·25전쟁에 대한 인식도 기존과는 다른 인식을 보여주었다. 주최측은 6·25전쟁에 대해서 북한의 불법 남침이 아니라 '내전'과 '대리전'으로 규정하고 있다. 주최측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5년, 일본제국주의 강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한민국을 수립한지 2년 만에 한반도에서 발발한 전쟁은 짧은 기간 최대의 인명피해를 세계사에 기록한 내전이다"고 말하며 "남과 북의 내전은 세계를 양분한 냉전체제의 대리전까지 치르게 되는 국제전으로 비화되며 확전되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6·25전쟁을 북한의 불법 남침이 아니라 내전으로 규정하는 것은 수정주의 사관 추종자들이 만들어낸 개념으로 '북한의 침략전쟁, 남침'의 의미를 약화시키기 위해 주장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역사관은 현 정부의 최고의 수장인 대통령의 연설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2018년 9월 21일 제 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6·25전쟁은 내전이며 국제전이다'는 발언을 하였고, 2019년 6월 14일 스웨덴 의회 연설에서 '반만년 역사에서 남한과 북한은 그 어떤 나라도 침략한 적이 없다.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 슬픈 역사를 가졌을 뿐이다'고 말했으며, 2015년 11월 5일 국회에서 열린 시도당-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황교한 전 국무총리가 발표한 대국민담화에 공개질의를 하면서 '대한민국이 1948년 8월 15일 건국됐다고 하는 주장은 헌법에 반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없애는, 북한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다'는 발언도 했다. 이런 역사 인식론이 정부기관에 고스란이 묻어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중국은 최근 공산주의청년단이 6·25전쟁에 대해 '북한이 한국을 침략한 것이 아니라 쌍방간 군사적 마찰이 빈번한 과정에서 발생한 내전'이라고 주장했고, 중국의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6·25 전쟁은 한반도에서 남북 쌍방간에 발생한 것으로 내전에 속한다'고 대답을 했다. '진실과 화해의 숲' 공모설계 주최측은 물론, 행정부의 수장 또한 6·25전쟁의 북한 침략설을 의도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안에 대해서 대전 동구청은 "진실과 화해의 숲 조성사업을 위한 정부위원회의 자문위원으로부터 초창기에 참여한 명망 높은 전문가의 글을 수록한 것인데, 함부로 수정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제는 의도적인 역사 왜곡을 멈추고 모든 일에 공(功)과 과(過)를 균형있게 다루어, 국민들로 하여금 어느것에 치우침 없이 균형잡힌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며, 시대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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