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 퀴어행사 반대 공무원들에게 재갈 물려

오는 6월 중순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퀴어행사(동성애축제)’가 연기됐다. 코로나19 확산 위험과 시민사회와 교계의 강력한 반대에 대한 부담으로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6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서울광장 퀴어행사 연기를 다음과 같이 알렸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2020 제21회 서울퀴어문화축제(서울퀴어퍼레이드, 한국퀴어영화제)의 안전한 개최를 위해 예정 일정을 8월 말~9월 말로 변경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행사 개최를 위한 전반적인 준비가 다시 시작되고, 정확한 정보를 알려드리기 위해, 최종 확정된 일정에 대한 알림은 추후 발표될 예정입니다."

6일 현재 서울광장 월간사용 일정표에도 퀴어행사에 대한 내용은 없다. 서울시는 지난 24일 퀴어문화축제(동성애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오는 6월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간)을 승인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을 우려해 보수단체의 광화문 집회는 금지했었다. 이런 이유로 서울시의 퀴어행사 서울광장 개최 승인은 크게 논란이 되었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는 "서울광장은 사용신고가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수리해야 한다"면서 "5월1일 이후 개최행사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사용신고 수리된 행사가 취소될 수 있음’을 고지하고 사용신고서에 이에 대한 동의를 받아 접수·수리하고 있음"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코로나19 위기상황이 지속될 경우 서울광장에서의 행사개최는 당연히 금지될 것이며 서울광장 사용신고 수리도 취소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종교집회는 불허하면서 퀴어행사는 허락해 준 것은 편파 행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019년 서울광장 퀴어행사 현장 (코닷자료실)

이번 퀴어행사를 허락했던 서울시는 지난 10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2019년 퀴어행사를 반대했던 서울시 공무원들에 대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ㆍ혐오표현을 한 것으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서울광장 퀴어행사를 반대하는 서울시 공직자'(이하 서울시 공직자)들은 지난 2019년 5월 7일 "서울시의 다수 공무원은 서울광장 퀴어행사를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박원순 시장과는 다른 입장을 발표했다.(관련기사 참조) 

해당 성명서는 퀴어문화축제가 음란성으로 인해 건전하지 않고, 시민의 통행을 방해하고 혐오감을 주며, 성기구 등을 전시ㆍ판매하고, 과도한 복장 및 노출 등 법률을 위반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서울광장 사용을 불수리해야 하고, 성소수자들의 행사가 필요하다면 아동ㆍ청소년의 접근이 어려운 실내체육관에서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에 대해 서울특별시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는 서울시 공무원이 ‘서울시의 다수 공무원들은 서울광장 퀴어행사를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에 대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ㆍ혐오표현을 한 것으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서울특별시장에게 ▲서울특별시 공무원들의 공무수행과 관련하여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 발생하지 않도록 혐오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서울특별시 공무원 복무 조례」를 개정하여 차별 및 혐오표현 금지에 대한 조항을 신설할 것을 권고하였다.

서울특별시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위원장 좌세준)는 지난 10일 자로 발표된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 공무원들이 허용되는 의사표현의 한계를 넘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ㆍ혐오표현을 한 행위에 대해 경각심을 주고자 하였다”라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피신청인은 퀴어문화축제를 “성소수자의 행사라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음란한 행사이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주장하지만, 해당 성명서는 음란성을 강조하여 일반 시민들에게 퀴어문화축제는 음란하고 성소수자들은 음란하다는 인식을 퍼뜨려 시민들로 하여금 성소수자를 혐오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낙인찍는 결과를 초래해 성소수자들이 차별받도록 할 우려가 있다. 또한 퀴어문화축제 개최 장소와 관련하여 “모든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개된 장소가 아닌 장소에서 그들만의 행사를 하면 됩니다”라고 표현한 것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의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고, ‘음란’, ‘선정’, ‘퇴폐’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혐오를 선동할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피신청인은 언제든 성소수자 관련 업무를 담당할 수 있고, 서울광장 사용과 관련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운영을 직ㆍ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위치에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신분으로 성명서를 발표하여 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개최를 반대하여 일반 시민에게 퀴어문화축제와 성소수자 집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게 하였다. 또한 피신청인은 성명서의 표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서울시의 보도자료 방식을 차용해 기사화되게 하였고, 시민들에게 서울시 다수 공무원들의 공식적인 의견인 것처럼 인지하도록 하였다. 이로 인해 성명서의 독자는 일반 시민이라는 큰 집단으로 확대되었으며, 성명서 작성의 주체가 공무원이라는 점은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높이는 데 영향을 주어 차별ㆍ혐오 발생의 가능성을 높였다. 이와 같은 공무원의 차별ㆍ혐오표현이 자유롭게 허용된다면 차별 없는 공정한 공무 수행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는 퀴어문화축제 서울광장 사용 반대 성명서 발표라는 피신청인의 표현 행위는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주장을 토대로 성소수자의 인격과 존엄을 훼손하고, 성소수자를 사회에서 예외적 존재로 취급하도록 하여 사회참여의 기회를 박탈하려고 하는 차별ㆍ혐오표현을 한 것으로 「대한민국 헌법」 제10조 및 국제인권규범을 위반한 인권침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서울특별시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는 “이번 결정은 사회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특정 집단을 향한 차별ㆍ혐오표현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특히 시민의 인권과 정의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야 할 공무원들이 허용되는 의사표현의 한계를 넘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ㆍ혐오표현을 한 행위에 대해 경각심을 주고자 하였다”라고 밝혔다.

6일 현재 서울시 시민참여게시판 현황 갈무리

서울시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의 권고대로 「서울특별시 공무원 복무 조례」가 개정되면 서울시 공무원들은 퀴어행사 반대의견조차 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교계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은 공무원들의 신앙과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서울시의 포석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해 지면 서울광장 퀴어행사를 강행하려는 꼼수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6일 현재 서울시 시민참여게시판에는 퀴어행사에 반대하는 서울 시민들의 주장이 다수 올라와 있다. 서울시민들과 교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올 가을 서울광장의 퀴어행사를 재승인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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