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빛 같은 책

최휘운 독서논술 교사

총선을 앞두고 귀한 책이 나왔다. 이정훈 교수의 <기독교와 선거>다. 반갑게도 얇은 책이다(164쪽). 그러나 얕지는 않다. 기독교인의 올바른 정치 참여에 대해 고민해 왔다면, 그리고 이 어두운 상황을 어떻게 뚫고 나가야 할지 막막하다면, 속히 이 책을 집어 들자. 교회가 고민하고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책은 교회를 정치적으로 위협하는 것이 무엇인지, 교회의 잘못된 정치 참여 방식은 무엇이고,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인지 설명하고 있다. 얇은 책인데도 목차가 상세히 정리돼 있고 읽기 쉽게 쓰였다. 그러나 좋은 책이라 해서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교회가 처한 위기를 잘 보여 주기 때문이다.

1부에서는, 겉으로는 복음주의를 표방하지만, 실상은 성경적 가르침을 무너뜨려 온 세력들을 밝히고 있다. 이들의 인식은 매우 비성경적이며, 특정 정당과 정치인들의 노선을 지지한다. 한미동맹 해체, 동성혼과 동성애 합법화 추진 등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고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려 한다. 성도(聖徒)들이 이런 정당과 후보를 지지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자기 무덤을 파는 꼴이 되지 않겠는가. 이들의 활동을 시급히 분별하여 치명적인 실수는 피하도록 하자.

2부에서는 기독교계가 어떤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지 보여 준다. 어떻게 중도적 시민들의 지지를 놓치는지, 어떻게 상대 진영에 공격할 빌미를 주고 위태로운 지경으로 걸어 들어가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성숙하지 못한 정치의식과 방법론, 전략적 미숙이 그대로 드러난다. 하나님께 받은 직통 계시(?)의 내용을 광장에 선포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모습까지도 나타났다.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다. 그러면 그에 대한 전문가의 비평은 하나님을 대적하는 일이 된다. 성찰과 개혁이 시급한 이때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요, 성경적인 방식도 아니다.

3부에서는 교회가 어떻게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미국이 영국, 캐나다와 달리 건강한 교회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정교분리의 원칙을 잘 세웠기 때문이다. 정교분리는 '교회에서 정치 얘기를 하면 안 된다'는 식의 의미가 아닌데, 이와 관련된 미국 판례들이 실려 있어 그 개념을 살필 수 있고, 한국 판례들과도 비교해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영향력 있는 목사들과 평신도 인사들이 성경에 기초한 '문화적 어젠다'를 제시하고 여론을 주도해 트럼프 정부를 탄생시켰다고 한다. 교회가 참여하는 정치운동의 가장 좋은 모델은 시민운동을 통한 간접적인 영향력 행사인데, 그러려면 성경적 세계관을 토대로 한 법과 정책을 팩트에 기반해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사회-문화 전반의 세계관 전쟁에 눈을 떠야 하며, 선거에서 이겼다 해도 할 일을 다 마친 양 일상으로 복귀해서는 안 된다(보수정권 9년 동안 반기독교 활동은 영향력을 더해 갔다). 일상에서의 세계관 전쟁이 가장 중요한 정치이며 이 전쟁에서 지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강조점이다.

어느새 교회는 주일 예배까지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이런 위기는 우연히 닥친 것이 아니다. 그저 코로나 사태만 지나가면 해결될 것이라는 순진한 낙관론은 버리는 게 좋다. 교회는 빛과 소금이고, 세상의 어두움과 부패는 빛과 소금의 문제다. 교회의 기도(祈禱)가 잘못되고 정치 참여가 잘못되면 세상은 끔찍해지고 하나님의 영광이 가려진다. 그러므로 우리 교회의 현주소부터 살펴야 한다. 이 위기의 때에 소중한 책이 나온 만큼 부지런히 읽고 지혜를 얻어 보자. 바르게 기도하고, 날마다 개혁하자.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 편에 서는 것만이 교회와 나라가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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