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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사 이야기: 마틴 루터에게 묻는 전염병 대처법

기사승인 2020.03.18  06:2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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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현 강도사(참사랑교회)

1. 마틴 루터와 전염병

당시, 전염병(흑사병)은 온 유럽을 초토화할 만큼 매우 치명적이었다. 그리고, 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츠빙글리와 마찬가지로 루터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루터의 경우는 전염병으로 가족들을 떠나보내는 가슴 아픈 경험이 있다. 그가 잃은 가족들은 아래와 같다.

 

1) 두 동생의 죽음

1505년 루터는 흑사병으로 두 동생, 하인츠(Heintz)와 베이트(Veit)를 잃고 만다. 두 동생의 죽음은 루터가 수도사 서원을 했던 1505년 7월 2일 직후 일이다.1) 루터의 아버지는 수도사가 되겠다는 말에 미칠 듯이 분노했으나, 루터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아마, 두 동생의 죽음이 그의 결심을 더욱 굳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을 것이다.

 

2) 두 딸의 죽음

루터는 종교개혁 이후, 수도원을 탈출한 수녀 카타리나 폰 보라와 결혼했고, 슬하에 아들 3명, 딸 3명을 두었다. 그러나, 1527년 흑사병이 비텐베르크에 창궐했을 때, 큰딸 엘리자베스를 8개월 만에 잃고 만다.2) 그리고, 1542년, 큰딸에 이어 둘째 딸 막달레나조차 13살이 되던 해에 심각한 질병으로 사망한다. 당시, 딸이 고통 중에 있을 때, 루터는 침대 앞에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통곡하며 기도했고, 아내 카타리나는 같은 방에 있었으나, 슬픔으로 침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3) 루터는 임종을 앞둔 그녀 앞에서 다음과 같이 기도했다.

“선하신 하나님, 저는 그녀를 너무 사랑합니다. 그러나, 그녀를 데려가는 것이 주님의 뜻이면 기꺼이 그녀를 당신에게 드리겠습니다.”4)

병자들과 루터(1847)

 

2. 루터의 “치명적인 전염병에서 도망가야 하는가?”(1527) 5)

루터의 큰 딸이 죽었던 1527년, 비텐베르크는 흑사병으로 거의 초토화 상태였다. 그리고, 이때 루터는 “치명적인 전염병에서 도망가야 하는가?”(Whether One May Flee from a Deadly Plague?)라는 짧은 글을 기록했다. 물론, 지면상 전부 다룰 수 없으나, 몇 가지 요지만 언급하면, 아래와 같다.

 

1) 전염병에서 도망가는 것은 죄가 아니다.

루터는 도망가는 것이 성경적으로 죄가 아님을 지적한다. 그는 성경 인물을 근거로 삼는데, 먼저 아내를 누이로 속여 죽음에서 도망친 아브라함, 사울과 압살롬에게서 도망간 다윗, 이세벨의 위협에서 도망간 엘리야이다.

또한, 루터는 합리적인 예를 드는데, 가령 “얼어붙은 날씨와 겨울도 하나님의 형벌이며 죽음을 초래할 수 있는데, 왜 따뜻한 실내로 들어가거나 불 가까이 가기 위해 뛰어가는가?”라고 묻는다. 쉽게 말해, 전염병이 하나님의 형벌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 형벌을 받아야 한다면, 일상에서 도사리는 모든 위협(배고픔, 추위, 가난)도 그냥 수긍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일상 속에서 죽음을 초래하는 많은 요인은 적극적으로 피하면서, 전염병을 피하지 말라는 것은 모순이다. 즉, 루터는 성경적, 논리적 근거로 전염병을 적극적으로 피할 것을 권고한다. 심지어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도망가라!”

 

2) 의학적인 대처법과 약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루터는 당시 어리석은 사람들을 언급한다. 즉, 전염병에 대항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무시하고, 약의 사용을 경멸하며, 흑사병에 노출된 장소와 사람들을 피하지 않는 것이다. 루터는 이런 행동을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한다.

“만일 지성과 의술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하나님의 눈에 자살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라.”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이 음식, 옷, 은신처를 포기하고, 하나님께서 그를 기아와 추위로부터 보존하고 싶다면, 음식과 옷 없이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대담하게 선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그건 자살 행위이다. (중략) 이런 사람들은 집이 도시에서 불타고 있을 때, 불을 끄려고 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그들은 물이 없이 하나님께서 불을 끄고 도시를 구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도시 전체가 불에 타버리도록 여유를 주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권면한다.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이런 행동은 좋지 못하다. 약을 사용하고, 당신을 도울 수 있는 물약을 챙겨라. 집, 마당, 거리를 소독하라. 당신의 이웃이 당신의 존재를 필요로 하지 않거나 회복되지 않은 곳이라면 사람과 장소를 피하고, 불타는 도시의 진압을 돕는 사람처럼 행동하라.”

 

3) 의무를 다할 자는 도망가지 마라 6)

루터는 전염병으로부터의 도망을 허용하지만, 여기에는 분명 예외가 있다. 첫째는 ‘도망이 하나님의 말씀을 거스를 경우’, 그리고 둘째가 ‘의무가 있는 경우’이다. 여기서 의무가 있는 사람은 먼저 공직에 종사하는 시장이나 판사, 경찰이다. 이들은 도시가 “화재, 살인, 폭동”에 휩싸이지 않도록 통솔할 의무가 있다. 또한, 간호가 필요한 고아, 어린이, 혹은 가까운 친구, 가족이 있는 사람은 병든 자를 돌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반드시 그들을 돌봐야 할 의무가 있다(마25:41-46).

또, 루터는 목회자에게도 죽음의 위협 앞에 굳건히 남을 것을 권한다. 물론, 목회자의 사역이 다른 여타의 직종처럼 병자들에게 현실적인 유익을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죽어갈 때, 목회자는 말씀과 성례로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신앙으로 죽음을 극복하도록 도울 수 있다. 그래서, 루터는 이 글 말미에서 목회자가 죽어가는 환자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에 대한 세 가지 지침을 제시한다.

(1) 교회에 나가서 설교를 듣도록 훈계해야 한다. 그래야 하나님의 말씀으로 어떻게 살 것이고, 어떻게 죽을지를 배울 수 있다.

(2) 모든 사람은 죄를 고백하고, 매주(혹은 보름)에 한 번씩 성례를 받아서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3) 만일 병자가 목회자의 심방을 원한다면, 병이 압도하기 전 온전한 정신이 있을 때, 연락을 걸어 일찍이 하도록 해라.

막달레나의 죽음(1847)

3. 우리에게 주는 교훈

루터는 질병에 대한 예방을 분명히 강조한다. 따라서, 우리는 많은 인파가 몰린 자리를 피해야 하며, 방역, 손 씻기, 비타민과 영양제 복용 같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루터가 신앙의 의무도 강조한다. 그가 언급된 세 가지 지침은 통상적인 은혜의 방편, “말씀, 성례, 기도”를 내포한다. 따라서, 우리는 어려운 시기에도 은혜의 방편들을 끊임없이 활용하여, 지속적인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우리의 믿음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건강과 신앙을 모두 지킬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성첨화”이다. 그러나, 건강과 신앙의 양자택일에 놓인다면, 우리는 무엇을 택할 것인가? 루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우리의 능력으로 이 독(질병)을 최대한 억제할 책임이 있다. (중략) 그러나, 필요하다면 우리의 건강을 위태롭게 할 만큼 충분히 대담해져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기도 하고, 또 죽기도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바울의 말처럼, ‘우리 중에 누구든지 자기를 위하여 사는 자가 없고 자기를 위하여 죽는 자도 없도다’(롬14:7)” 7)

 

◇미주

 

 

 

 

강희현 webmaster@kscoramde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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