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하 목사(참빛교회 원로)

모 신문 사설 중에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명재상이었던 관중의 글이 소개되었습니다. 그는 나라의 근본에 대해 “나라에는 예(禮), 의(義), 염(廉), 치(恥)의 네 줄기가 있어 나라를 받들고 있다. 예(禮)란 정도를 지키는 것이며, 의(義)는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것이며, 염(廉)이란 자기 잘못을 감싸거나 숨기지 않는 것이며, 치(恥)는 악행에 동참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중 한 줄기가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고, 두 줄기가 끊어지면 나라가 위태롭게 되며, 세 줄기가 끊어지면 나라가 엎어지고, 네 줄기가 다 끊어지면 나라가 망한다.”

이 말은 먼저 지도자들이 갖추어야 할 기본 법도로서 나라의 근간을 세우는 기준이 되어야 하고 이 원칙을 백성들에게 가르쳐야 건강한 나라가 선다는 것입니다. 나아가서 이 원칙은 나라뿐만이 아니라 오늘의 교회에도 적용되어야 할 내용입니다. 교회는 특별 은총의 공동체이지만 일반 은총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흔히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는 말이 있는데 교회에서도 일반 은총인 상식이 무너지면 가장 무지한 공동체가 되어 버립니다. 오늘의 교회도 지도자들이 기본이 서지 않아서 무너집니다.

[관중]의 말은 일반 은총을 뛰어넘는 영적인 측면에서도 적용됩니다. 예는 말씀을 따라가는 정도를 말하고 의는 자기 의가 아닌 예수그리스도의 의를 내세우고 염이란 항상 회개하는 삶을 말하고 치는 거룩하고 의롭게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영적인 능력이란 바로 이런 것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의 교회, 특히 교회 지도자들은 이런 영적인 능력을 상실해 버리고 세상 기준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이야 그러려니 생각하면 되겠지만 교회의 지도자들은 달라야 합니다.

베데스다 못가에는 38년 된 병자가 있었습니다. 3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무력한 인생으로 살아온 것입니다. 움직이는 물에 자신을 넣어 줄 한 사람이 없어서 이런 세월을 보냈다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영적인 능력을 상실한 베데스다를 구약교회의 현실로 비유하면서 복음의 역사가 일어날 신약교회를 예언하는 기적을 베풀어 주십니다. 무력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베데스다교회, 이름은 자비의 집이지만 자비가 전혀 없는 무능력의 교회, 하나님이 없는 교회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만약에 베데스다의 38년 된 병자가 교회 지도자라면, 오늘의 신약교회 지도자들이 38년 된 병자라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전혀 능력도 없이 예, 의, 염, 치라는 기본적인 원칙도 없는 자라면 교회는 무너져 내리는 단계에 접어든 것입니다. 오늘 한국교회가 왜 이렇게 심각한 걱정거리가 되었습니까? 평신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교회 지도자들이 38년 된 병자처럼 무력하고 무능하기 때문이며 사람 살릴 수 있는 복음도 사랑도 없는 무력한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지도자 자신이 병자인데 누구를 구원하고 누구를 사랑하고 섬길 수 있겠습니까? 문제는 자신이 38년 된 병자인지 전혀 모르고 권위만 부리고 이권만 누리려고 합니다. 자신이 영적으로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불구자인데 그 사실을 모르고 교회를 휘젓고 다니는 것입니다. 이런 자들이 바로 하나님을 거역하면서 교회를 무너트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의 사회와 정치가들을 탓하기 전에 먼저 나는 38년 된 병자가 아닌지를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사람을 살리는 지도자인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병자인지 성찰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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