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지에 게시된 목회자들의 제3차 시국선언에 대한 논평

2019년 11월 30일(토), 한 일간신문 전면에 기독교지도자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제3차 시국선언의 내용이 게시되었다. 제3차 시국선언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을 바라보며 나라에 대한 염려를 담고, 각계각층의 국민들에게 행동을 촉구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크게 ① 현 정부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 ② 안보에 대한 문제, ③ 경제에 대한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논평을 하고자 하는데, 사견(私見)임을 전제하고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동의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부분에 대한 논의를 담아내었다. 아래 전면광고 갈무리.

 

1. 현 정부의 정체성에 대한 적절한 의문을 제기하였다.

사실 정치라는 것은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시각에 의해 동일한 정책도 다르게 해석할 수가 있다. 따라서 현 정부가 하는 여러 가지 행동과 정책에 대하여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어떤 해석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더라도, 이들 모두가 국민이라는 점이다. 국민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관점에 따라 정부의 정책을 평가하고,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때, 그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답을 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여러 가지 행동들을 볼 때, 보수적인 정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심히 우려스러운 행보라 할 수 있다. 특히 한 사람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보면 그 사람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알 수 있는데, ‘월남 패망 소식에 희열을 느꼈다는 표현을 한다든지, 국가원수가 된 이후에도 신영복과 윤이상과 같은 간첩들을 존경한다고 천명한다든지, 현충일 추념식에서 6·25 전범 김원봉을 국군 창설의 뿌리라고 한 것은 일반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발언을 한 것이고, 위국헌신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초개같이 버린 분들의 후손들을 모욕하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패스트트랙법을 상정하고, 공수처를 신설하려고 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을 관철하려고 하는 의도는, 아무리 좋은 명분으로 포장을 했다고 하더라도 일반 국민이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많이 있다. 그리고 그 명분을 이루고자 할 때, 얼마든지 다른 방법과 협치를 통해서 가능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일을 진행해 나가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에 대한 의문이 든다. 이런 부분을 이번 시국선언에서는 적절하게 잘 지적하였다고 할 수 있다.

 

2. 안보에 대한 염려는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찬성한다.

북한과의 평화를 위하여 임기 초반에 단행한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보내었지만, 진정으로 평화가 찾아온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군 생활을 한 남자라면, 북한이 취하고 있는 태도는 전형적인 화전양면(和戰兩面) 술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에 대하여 이미 2018년 첫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북한과의 평화를 추구하는 청와대의 행보는 북한이 핵 완성의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라고 평가하였다(자유한국당 공보실 2018. 01. 02. “최고위원회의 주요내용[보도자료]”. 영국의 대사로 있다가 한국으로 망명해 온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 역시 비슷한 분석을 하고 있다.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비핵화로 포장된 핵보유국으로 갈 것임을 말했다(동아닷컴, 2019. 02. 28 “태영호, 북미정삼회담 결렬 예측?... 北, 비핵화 의사 없다.”). 이런 예측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가 보여주는 안보 형태는 우려를 살만한 모습을 보여준다. 9·19 군사합의를 하였지만, 북한은 계속해서 합의를 어기는 행동을 보이는 반면, 우리는 스스로를 약화시키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들의 임무 훈련이 제대로 숙달되지 못한 채로 있고, 기무사를 해체하고, 2개 군단 5개의 핵심 사단(예비에 있는 기계화 보병사단)을 해체하고 있으며, 한강하구 수로 해저 지형도를 넘겨주고, 전방 GP 철수, 낙석 장애물 제거 등 안보에 우려가 되는 행동만을 하고 있다. 최대한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하여 미사일을 발사해도 ‘미사일’이라고 표현을 하지 않고, ‘불상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며, 함박도를 요새화하고, 지난달 23일에는 백령도 코앞인 창린도에서 해안포 사격을 해도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에 놓여있다.

평화는 강한 국력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며, 북한이 합의를 깨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할 때는 강력한 대응을 보여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스스로 무장해제를 하며 북한의 비위를 맞추는 모습을 볼 때, 한 사람의 예비역 장교로서 우려를 금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하겠다. 이에 대하여 시국선언에서 아주 적절하고 핵심적인 사안을 정리하여 우려를 표명한 것에는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3. 경제에 대한 문제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현 정부 들어서 적폐에 대한 청산의 문제와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하여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고, 국가 성장의 원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수출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세가 줄어들고, 경제의 활력이 돌지 않는 것도 주지하는 바와 같이 사실이다. 그리고 끊임없는 포퓰리즘을 추구하며, 현금을 풀어서 경기를 부양하려고 하고, 공무원들을 늘리는 것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미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제시한다는 우려도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미명하에 많은 자영업자들이 폐업하고, 전반적인 물가도 오르며, 경제가 힘들어지고 있는 것도 현 정부의 실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논평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 방향과 방만한 재정운영, 과도한 재정 투입 등의 문제는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의 한국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현 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이미 한국 사회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86%로 미국(109%), 일본(107%), 독일(95%)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상황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무역전쟁으로 인하여 수출 생태계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어 있는 상황이며,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상황이 불안하기 때문에 수출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대외적 위험요소도 무시 못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생산가능 인구의 지속적 감소와 노령인구의 증가로 인하여 복지재정은 더욱 확대 지출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OECD도 한국에 재정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해야 할 것을 충고한 것(파이낸셜 신문, 2019. 11. 22. “OECD, 韓경제 올해 GDP 2.0% , 2020년 2.3% 전망...확장적 재정정책 환영”)을 봤을 때,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신중한 접근과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4. 현 정부의 모순되는 모습을 지적했더라면 더 많은 공감을 얻었을 것이다.

시국선언의 시의성과 내용의 수용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했듯이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이루어질 수가 있다. 하지만 조국 사건과 같이 현 정부의 이전 발언과 현재 하는 모습의 모순되는 점을 지적했더라면 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 정부의 주된 이미지는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 인권을 위한 헌신, 공평과 정의라는 가치의 실현, 청렴하고 투명한 운영 등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집권한 지 2년 반이 지난 지금, 사회 각처에서 드러나는 현상은 이들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며, 오히려 현 야당이 집권할 때보다도 더 더럽고 추악한 권력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유를 부르짖었지만, 언론을 통제하며, 언론 감시를 시민단체에서 정부 주도로 바꾸어 가려고 하고(제3차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 중), 선거의 투명성을 강조하였지만, 울산시장의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낙하산 인사 없는 공정한 인사 운영을 말하였지만 그렇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을 볼 때, 이런 모습을 부각했더라면 더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5. 한국교회의 자성적인 목소리를 담아내고, 절박하지만 따뜻한 태도로 권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사회적으로 많은 지탄을 받고 있다. 목사들의 성(性)문제, 대형 교회들의 세습 문제 등 사건·사고를 소개하는 자리에 교회와 목사의 이름이 오르지 않는 일이 없을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를 향한 정의를 부르짖고, 국가를 염려하는 목소리를 낸다고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부패하고 타락하며, 제도화되어 있고 권위주의적인 한국교회에 대한 뼈아픈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개혁을 위한 철저하고도 강력한 목소리를 먼저 담아냈더라면, 현 시국선언문이 많은 사람들에게 더 와 닿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금의 현실은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이라서 급박하고 절박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에 동의한다. 목소리를 높여서 ‘자유’를 지켜야 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산사회주의화’되어가는 것에 강력하게 저항을 해야 한다. 특히 기독교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과 조롱의 목소리는 날이 더해질수록 심해지고 있으며, 동성애, 소수자 인권, 가짜난민, 차별금지법 등 기독교를 해체하고자 하는 시도가 더욱 교묘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부분에 머뭇거리고 있거나, 관심 없어 하는 사람들을 일깨우고 함께 목소리를 내는 일에 동참시키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타인을 향한 겁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렇게 하는데 너희는 왜 하지 않느냐?’는 질책이 되어서도 안 된다. 이런 방법은 현시대에 오히려 역효과만 날 따름이다. 절박하지만 따뜻한 목소리로 동참을 촉구해야 한다. 우리가 먼저 겸손한 모습으로 현 상황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함께 이 일에 동참하자고 온유하고 따뜻한 태도로 권해야 한다.

이번 시국선언을 통해서 많은 한국교회 지도자들과 국민들이 이 일에 동참하기 바라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대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행동에까지 이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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