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영(미국변호사)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처음 만들어질 때 우리 사회는 고용이나 서비스 등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면 안 되는 범주들을 법으로 정해놓았다. 예를 들면 남녀의 성별, 장애 여부, 출신 지역, 사회적 신분, 가족 형태, 인종, 사상 등이 다르다고 사람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2조 3항인데 여기에 열거된 대부분의 항목들은 누구나 보편적으로 동의할 수 있지만 거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성적지향'이란 낯선 단어는 이 법이 제정될 당시에도 국회의원 중 어느 누구도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지 못한 상황에서 은근슬쩍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서구사회에는 오랫동안 동성애자들의 성적지향을 문제 삼아 심각한 인권유린이 이루어졌던 역사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끄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영국의 암호학자 '앨런 튜링' 역시, 동성애자임이 밝혀져 화학적 거세를 당했다고 알려지는 등, 동성애는 형법으로 다스려지는 중범죄였다. 그러한 역사적인 배경 때문인지 서구에서는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인권'의 이름으로 동성애 옹호 운동이 시작되었고 그 결과 오늘날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동성결혼이 합법화되기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서구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동성애라는 이유로 혹은 다른 성적지향을 가졌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하거나 국가적 차원에서 불이익을 준 일이 없다. 그러나 서구 좌파의 영향을 받은 세력들이 동성애 이슈를 인권의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들여오면서 단순히 동성애가 아니라 인간의 성별이 생물학적인 남자와 여자 이외에 제3의 성,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성별과 성적지향이 있다고 주장하는 젠더 이데올로기까지 한꺼번에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서구에서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났던 일이 우리나라에서는 불과 20년도 안 된 시간에 최첨단의 이론으로 무장하고 가장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성장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이다.

국민 누구도 동의하지도 않고, 심지어 잘 이해하지도 못하는 '젠더'라는 단어는 '성적지향'이라는 단어와 늘 짝을 이루어 다닌다. 성적지향에 따라 수 십 가지의 사회적인 성인 젠더가 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서 젠더 이데올로기가 꽃을 피우던 서구사회에서 이제는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양심과 표현의 자유'의 박탈이다. '성적지향'을 차별금지 사유의 하나로 포함시켜놓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서구 여러 나라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을 하거나 젠더주의자들의 아젠다에 찬성하지 않는 경우, 혐오분자로 낙인찍혀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동시에 민형사상 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 그래서 '차별금지법' 또는 '평등법'의 다른 이름은 바로 선량한 시민들에 대한 '자유 박탈법'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콜로라도주에서는 크리스천으로서 동성결혼에 찬성하지 않았던 잭 필립스라는 제빵사에게 동성애자들이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동성결혼을 찬양하는 웨딩케익을 만들어 달라고 한 사건이 있다. 신앙의 양심에 따라 이를 거부했던 잭 필립스는 그로부터 7년 이상을 소송전에 시달려야 했고 그의 삶과 생업이 피폐해진 것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이런 일은 비단 잭 필립스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수많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인간의 성별은 오직 남자와 여자로만 이루어져 있고, 결혼은 오직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의 언약이라고 믿는 자신의 믿음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혐오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로 처벌받고 있는 실정이다. 수많은 기독교 학교의 동아리들, 카톨릭 계열의 입양단체들, 크리스천 상담사, 의사, 판사, 그리고 교사들이 인류 역사상 수천 년간 당연한 진리로 믿고 있고, 현재도 유효한 이러한 생각으로 인해 오히려 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 이름도 아름다운 '차별금지법'의 실상이다. 

우리 사회는 대체로 동성애자들에 대해 우호적이고 성적지향이나 성 정체성 때문에 고용이나 서비스에서 차별받는 것을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에게도 헌법과, 민법과 형법 등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은 당연히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단지 기본권으로서의 인권을 누리는 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우리 사회의 특권층이 되고자 한다. 2011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언론과의 협약을 통해 동성 간 성행위가 야기하는 보건적 사회적 문제점 등의 부정적인 기사는 보도되지 않도록 했고, 청소년 유해 매체물 심의기준에서 '동성애'를 삭제시키는 데 일조했다. 또한, 성소수자 인권교육을 위한 여러 가지 활동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는 서울시에서부터 땅끝마을 해남 군청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시도 군 구의 수준에서 다양한 '젠더평등' 조례를 제정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 어느 집단이 이렇게 국가의 전폭적인 법적, 재정적 지원과 지지를 누리고 있는가?

'성적지향'이라는 문구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계속 남아 있는 한, 우리 국민들은 양심과 신앙의 자유에 따라 동성애의 폐해를 알릴 수 있는 학문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박탈당한다. 더욱이 동성애를 '죄'로 규정하고 있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혐오주의자, 혐오범죄집단이 되어 버린다. 

우리나라는 괜찮겠지, 우리 교회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가? 이미 당하고 있고, 겪고 있는 유럽, 미국, 캐나다를 보라. 공교육에서는 항문성교방법을 정상적인 성행위의 하나로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교회의 목사님들은 동성애에 대해서는 설교할 수 없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트렌스젠더가 되도록 격려하라는 사회적 압력에 시달린다. 이런 세상에서 살고 싶은가?

이 모든 일의 근원에 숙주가 되는 '성적지향'이라는 단어가 있다. 그래서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반드시 이 단어는 삭제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눈만 뜨면 발의되는 각종 젠더평등 조례와 헌법 개정 시도를 차단하고 우리의 에너지를 보다 건강한 대한민국의 미래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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