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채 목사(사단법인 산돌손양원기념사업회 회장, 사단법인 여명 이사장, 바른교회 아카데미 이사장, 향상교회 은퇴목사)

나는 북한을 생각할 때마다 오래전부터 풀리지 않는 크나큰 의문을 가져왔다. 그것은 “어떻게 모든 인민들이 유례가 없는 독재정권에도 기꺼이 충성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다. 여기에 대한 제일 쉬운 대답은 조금이라도 반대하거나 비판하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대답이 안 되는 실제 상황들이 있다. 단순히 두려워서 거짓으로 충성하는 체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현상들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 인민들의 대부분이 진심으로 김일성 일가를 존중하고 신처럼 떠받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들을 보며 “광기” 같은 것을 느낀다.

그들도 인간이고 이성이 있는 사람들인데 어찌 한결같이 그럴 수가 있을까? 그러나 요즘 나는 “조국” 사태를 보면서 북한 사람들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이념에 사로잡히면 이성을 잃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정치는 상식이다. 국민들은 대개 정치적인 문제들을 상식으로 판단한다. 이런 상식으로 보면 조국 후보자는 열 번도 더 낙마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위선의 극치를 보여주면서도 여전히 당당하다. 본인은 또 그렇다 치자. 주위에서 그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또 어떤 사람들인가?

좌파들이 가장 내세우는 이념은 정의다. 정의는 그들의 모토요 캐치프레이즈다. 그들은 이를 위해 자신의 안일을 버린 사람들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요즘은 완전히 반대가 된 것 같다. 그들은 “이게 당신들의 정의냐?”며 비판하는 젊은이들을 향해 오히려 “뺨이라도 때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소위 진보진영에 속한 훌륭한(?) 인사들 대부분이 여러 의혹들에 대해 “그것들이 무슨 문제냐?”며 조국 씨를 옹호한다. 그리고 120명이 넘는 여당 국회의원 중 누구도 조 씨의 불의한 일을 지적하거나 비판하는 사람들이 없다. 나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성의 마비 현상이다.

언젠가 학계에서 존경받는 어떤 분을 만나 적이 있다. 식사 중에 우연히 정치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는 지난 18대 대통령선거가 부정선거였다고 말했다. 즉 박근혜가 부정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놀라서 “이 대명천지에 어찌 그런 부정선거가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랬더니 그는 개표할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를 조작했다는 것이었다. “누가 감히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으니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했다. 나는 “거기에 직접 관계한 선관위원들이 수백 명도 넘을 것인데, 이 어마어마한 불법을 대통령의 지시라고 모두 순종했을까요? 또 왜 이것을 폭로하는 사람들은 없을까요?” 그는 “요즘은 아이티(IT) 기술이 워낙 발전해서 누군가가 코드 하나만 바꾸면 가능하다고 합니다.”라고 했다. 그때 나는 정치이념이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켜 버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이후 나는 이런 현상을 계속 생생하게 보고 경험하며 지내왔다. 양쪽 진영 모두에서 그랬다. 팩트(fact)가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을 보는 마음의 눈이 문제였다. 객관적인 눈으로 보면 아주 노골적인 위선과 외식도 자기들 눈에는 안 보이는 것이다. 광기가 지배하고 있는 세상 같다. 어쩌다가 우리 사회가 이렇게까지 돼버린 것일까? 이런 세상을 살다 보니 나의 눈도 비뚤어진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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