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74주년 기념 평화통일연대 기자간담회

“한국-일본교회 연대 통해 군국주의 막고 한일 갈등 근본 치유해야”

"한일간의 더 이상의 확전은 한일 양국 모두에게 치명적"

성명서 발표 “일본 놓고 우리끼리 친일-친북 논쟁 불필요”

 

(사)평화통일연대(이사장 박종화 목사)는 13일 오전 광복 74주년을 맞아 서울 청파동 카페효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과 일본의 교회 그리고 시민사회 간의 연대가 한일간의 뿌리 깊은 갈등을 풀고 동북아 평화도 견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광복절 74주년 기념 평화통일연대 기자간담회 현장

평화통일연대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우리 시민사회는 일본 시민사회에 조력이 되어야 한다”면서 “우리는 일본의 각성된 시민들이 군국주의자들의 기망을 뚫고 새로운 비전을 붙잡길 희망하며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친일논쟁은 친북논쟁과 동일한 결과를 낳게 된다"며, 일본을 놓고 친일, 친북 논쟁을 벌이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역사의 발전을 믿고 사필귀정의 긴 안목에서 편 가르기가 아닌 편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참에 광복을 완수해야 하고 그때까지 그리스도인들이 고난과 십자가를 지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종화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금년 74주년 맞은 광복은 시험대에 선 광복이라는 느낌이 든다”며 “절반의 해방밖에 안 되었구나, 우리 힘으로 광복을 완수해야겠구나 하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고 말했다. 진정한 광복은 남북이 통일된 후 동북아 4대 강국과 통일된 한반도가 함께 아시아 평화를 논의하게 될 때라는 것이다. 그때는 광복절 기념식을 통일된 한반도와 주변 4대 강국이 공동 주최하고, 세계 각국이 참여하는 평화광복절 기념대회로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박 목사는 “그때까지 우리는 고난과 십자가 지고 계속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망이 아닌 희망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실을 이번에 아베 정권이 깨닫게 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모르고 있던 것을 일깨워줬다”고 설명했다.

강경민 평화통일연대 상임운영위원은 모두발언을 통해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109년 전 한국을 강제로 일본 제국에 병탄시킨 한일합방이 마치 한국국민이 자원한 결과인 것처럼 거짓을 유포하고 더 나아가 국권을 빼앗긴 통한의 36년을 마치 한국 근대화의 계기가 된 것처럼 포악한 거짓을 일삼고 있는 것과 완전하게 그 맥을 같이하는 반역사적, 반인륜적, 반평화적 폭거”라고 비판하고, “온 세계가 공유하고 있는 인권, 평화를 공유하는 일본 시민들과 세계 시민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생공영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종훈 평화통일연대 법인이사는 취지 발언에서 한국 시민이자 하늘나라의 시민, 애국운동이자 세계주의의 균형을 강조했다. 정 이사는 “한국의 국익을 포기할 순 없겠지만 성서에 근거한 신앙인의 삶을 배제할 수도 없다. 한국인으로서의 시민권을 행사해야 하지만 타국인의 인권을 무시해도 안 된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자국에 대한 애국주의를 소홀히 할 순 없겠지만 한 지붕 아래 더불어 살아가는 인류라는 인식을 세계주의와 함께 견지해야 하는 신앙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극악하게 전개되는 한일관계와 녹록지 않은 국제관계 속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만큼은 감정이나 포퓰리즘에 빠지지 말고 냉철한 이성 하에서 그리스도인의 기준을 만들어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상 재정이사는 한일간의 더 이상의 확전은 한일 양국 모두에게 치명적인 만큼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는 “일본의 공격으로 역사 문제가 경제 문제로 비화했다. 그러나 이게 또 안보나 군사 문제로 비화할 조짐도 보인다. 판이 너무 커지기 시작하면 한일간 걷잡을 수 없는 어려운 문제를 빚을 수 있다”면서 “스포츠나 학교 간 또는 문화나 학문 교류는 그대로 진행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한쪽에서는 싸우더라도 다른 한쪽에서는 계속 교류를 해나가야 한다. 싸움을 전면적으로 비화하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양쪽 다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교회가 보편적 인권이나 가치를 말하기 전에 내부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성론도 질문으로 등장했다. 이에 대해 강 목사는 “한국교회는 하나님 나라 시민, 이 개념 자체가 없다. 그래서 우리 한국교회가 150년도 되지 않아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는 이유도 신학의 부재 때문이고 하나님 나라 시민으로서의 신학적 정체성이 없는 데서 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 목사는 “1970-80년대 교회 이미지는 민주화, 통일운동의 선봉이었다. 그런데 80년대 후반 대형 교회가 출연하면서 한국교회 이미지가 급속도로 추락했다. 오늘날과 같은 한국교회의 무능이 패망으로 갈 수도 있고, 새 세대의 영적·사회적 각성이 한국교회를 초대교회처럼, 70-80년대 교회처럼 바꿀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와 일본교회의 연대와 관련해 윤은주 사무총장은 “하나님 나라의 보편가치는 결국 세상에서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이번 성명서 2항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아베 정부가 일본회의로 대표되는 군국주의 세력의 조력을 받으면서 천황제를 다시 되오려고 애쓰고 있는 것을 아실 것이다. 천황제는 다시 국가종교로 되돌리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랬을 경우 일본 시민들의 종교의 자유가 얼마나 침해받을 것인지 한국교회는 짚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일 교회가 서로 교류하면서 조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이사는 한일 교회의 연대에 대해 “근본적인 자유를 위해서 동시에 정의를 위해서 함께 일할 수 있을 것이고, 평등과 다원성을 위해서 함께 일할 수 있을 것이고, 또 전쟁을 거부하고 평화를 구축하는 일들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고, 관용과 더불어 서로 협력하고 일치를 도모하는 그런 노력들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우로 부터 윤은주, 강경민, 박종화, 정종훈, 최은상

다음은 최근 한일관계와 관련한, 일본의 조치에 대응한 한국교회의 역할과 관련한 박종화 이사장의 말이다. “이번 광복절은 뼈아프다. 일본과의 경제 갈등이 없었다면 우리가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이 갈등을 일으키고 나서 우리가 그동안 뭐했나, 우리는 왜 소재 개발을 못 했나, 일본이 아베라는 이름으로 제국주의 망상을 속에서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이제 아예 대놓고 실천하고 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저는 이번에 이런 것들을 깨달았다. 과거엔 머리로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머리나 사상만 아닌 현실이구나, 그러면 나서야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국주의 망령을 지키고 그것을 통해 이익을 보고 있는 과거 제국의 산업, 전쟁 산업(예를 들면 미쓰비시) 등에 대해서는 미워서가 아니라 불의에 저항한다는 뜻으로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 이것이 하나의 불의에 대한 저항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고, 평생 하자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공개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하면 중단하는 것이다. 여기에 기독교가 앞장서야 한다. 이건 불의에 대한 저항이다. 아베는 완전 군국주의다. 아베에 대한 저항은 다른 게 아니라 평화헌법 9조 지키기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아베에 대한 반대다. 헌법 9조가 있는 한 일본은 침략을 못한다. 동시에 불매운동에서 평화를 사랑하는 기업들 물건은 사주는 것이 필요하다. 좋은 기업 물건은 사줘야 한다. 이런 운동이 나와야 한다.”

평화통일연대는 광복절인 15일 오후 5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한교총 등이 공동 주최하는 ‘한일간 정의로운 평화를 위한 한국그리스도인 시국기도회’에 참여한다. 다음 성명서 전문.

광복 74주년을 기념하는 평화통일연대 성명서

참된 민족광복을 위한 시민들의 성숙한 주권의식이 필요하다!

올해는 일제 식민 통치로부터 해방된 광복 74주년이 되는 해이다. 또한 세계 시민운동사에 빛나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독일이 전쟁의 책임을 지고 동서독으로 나뉘었던 것과 달리 일본이 아닌 우리가 남북으로 분단된 후 처절한 민족상잔의 전쟁을 겪은 한반도는 아직 참된 광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민족의 하나됨이야말로 참된 광복임을 믿는다. 냉전시대의 문을 연 한국전쟁은 일제 강점의 아픔을 치유할 여유도 없이 우리 민족을 이데올로기의 전장으로 떠밀었다. 이념의 잣대로 동포를 향해 칼부림을 하게 만든 전쟁은 더 큰 고통을 주었다. 우리는 일제에 짓밟히고 이념에 피흘린 민족의 상처가 하루 속히 씻겨지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길 희망한다.

오늘날 일본은 강제징용공에 대한 우리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경제보복을 예고했고 한일관계는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우리는 이 같은 때에 성숙한 주권의식을 발휘하는 시민들의 단결된 힘이 필요하다고 인식한다. 우리는 모든 시민들에게 정파를 뛰어넘어 민족 자강을 실현할 때임을 깨닫고 뱀같이 지혜롭게, 비둘기같이 순결하게 대처할 것을 요청한다.

1. 일본을 놓고 우리끼리 대결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친일논쟁은 친북논쟁과 동일한 결과를 낳게 된다. 우리는 역사의 발전을 믿고 사필귀정의 긴 안목에서 편 가르기가 아닌 편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 위안부와 강제징용공, 독도 문제 등에 있어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킬 수 있는 길을 다양하게 모색해야 한다.

2. 우리 시민사회가 아베 정부의 군국주의 부활 시도를 고발하고 막아서야 한다.

우리는 아베 정부가 천황제를 내세우며 헌법 9조를 고쳐 군국주의로 회귀하고자 함에 크게 우려한다. 촛불혁명으로 존재를 확인한 우리 시민사회는 아베 수상이 일본회의로 대표되는 군국주의 세력을 대표함을 깨닫고 과거와 같은 한반도 침탈을 꿈꾸지 못하도록 막아서야 한다.

3. 우리 시민사회는 일본 시민사회에 조력이 되어야 한다.

아베 정부는 현재 문명국 일본이라는 옛 환상으로 가득찬 보수의 늪에 빠져 있다. 과거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저지른 만행을 부인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는 일본의 각성된 시민들이 군국주의자들의 기망을 뚫고 새로운 비전을 붙잡길 희망하며 지지한다.

4. 우리 시민사회는 남북 화합을 위해 다시 한 번 힘을 모아야 한다.

한국전쟁 이후 남한은 미국에 안보를 의탁해왔다. 수출입국 정책은 일본에 예속적인 경제 구조를 구축했다.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이 다시금 패권을 경쟁하는 이때,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우리 시민사회는 남북 화합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동북아 평화를 위해 앞장서야 한다.

2019년 8월 13일 (사)평화통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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