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속에 밀 익는 냄새/ 김윤하(참빛교회 원로목사)

 

숙소에서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40분을 걸어서

성프란체스코 성당이 보이는 들판까지 갔습니다.

이곳에서 석양을 보며 종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무더워 석양까지 2시간을 기다리기가 힘들어 돌아서려는데

은은히 종소리가 들리면서 새들의 노래 소리도 들렸습니다.

소리에 취해 있는 순간 밀 익는 냄새가 바람 따라 밀려왔습니다.

밀레의 만종을 생각하면서 밀밭 사이에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평화의 종소리보다 더 진하게 내가 익어가는 냄새를 맡았습니다.

강한 햇살 아래서 만종보다 더 평화로운 나를 보았으며

이제는 잘 익어가는 우리 부부의 삶을 기쁨으로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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