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다리/ 사진@김경근 장로

불 꺼진 부산항구/ 김경근(부산 자성대교회 원로장로)

부산은 국제항구로서 물동량이 넘쳐나던 과거와 달리 뱃고동 소리는 사라지고 지금은 어쩌다가 경제가 반 토막이 되었는가? 세계적으로 주탑이 제일 높은 ‘북항대교’가 현시대를 대변하려 하지만, 북항(北港)은 외항선들의 길잡이 도선사들의 무선기의 불은 꺼지고 간혹 오가는 통통배만 띄엄띄엄 격세지감을 느낀다.

얼마나 삶이 팍팍했으면 매일같이 영도다리 난간 붙들고 죽고 싶어 왔다가 시퍼런 파도에 질겁하고 되돌아 간 사람들이 숱한데도, 매일같이 쥐도 새도 모르게 자살한 수많은 슬픈 역사를 간직한 채, 후대 흥청망청 젊은이들은 어찌 알겠는가?

부산시청∙경찰청 높은 장벽을 밀어내고 롯데백화점이 들어서 자리 잡고는 국내 외인들을 불러 모아 사시사철 장사진을 이루던 거리, 이맘때면 광복동 거리엔 일본 관광객들이 넘쳐나는데 얼씬거리지도 않으니 북적대든 거리가 썰렁하다. 가게마다 파리 날리고 상인들의 얼굴마다 밝은 표정을 찾을 수 없다.

광복동의 중심가 미화당백화점 거리는 인파에 밀려다니던 시절에 國際市場은 많은 추억의 에피소드를 남겼다. 청년 시절에 옷 한 벌을 샀다. 깎고 깎아도 또 깎아준다 저래서 장사가 뭐 남겠나 싶었는데, 집에 와서 보니 흠뻑 바가지를 썼던 시절이 있었으니…

국제시장은 주로 1.4 후퇴 때 월남한 북한 동포들의 자수성가한 점주들이 대다수다. 창선동 먹자골목에는 맛 나는 음식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호주머니가 땡땡인데 실컷 먹고 싶어도 옆구리가 허전하니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시절을 누가 알까?

부산사람들 부산하게 떠든다고 부산 이름 명찰을 달았다는데… 당신은 분명히 이 나라의 역사, 주역의 한 증인이렷다. 세월 따라 아픈 과거 역사는 강물처럼 흘러버렸건만 지금도 세월호에 매달려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나라 꼴을 보니 가슴이 미어진다. 부산에서 이 나라 경제를 먹여 살리고 민주화 꽃을 피웠는데 언제 항도 부산에 동백꽃이 다시 활짝 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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