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려는 것을 지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는 청년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며 살고 싶어요

딸의 작은 결혼식, 평생 몸담은 노회에도 25년 시무한 교회에도 광고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목회하는 농촌의 작은 미자립 교회를 자랑스러워하는 딸과 사위

 

지난 4월 27일 작은 농촌교회에서 혼인예식이 열렸다. 신랑 임세혁 군과 신부 이조은 양의 결혼예배는 인태웅 목사(부곡중앙교회)의 주례로 시작되었다.

신랑 임세혁 군과 신부 이조은 양의 결혼예배가 인태웅 목사(부곡중앙교회)의 주례로 열렸다.

결혼식이 열린 학포교회는 창녕군 부곡면 학포리에 있는 작은 농촌교회이다. 학포 교회는 1939년 시작되었다. 올해가 80주년이 되는 해이다. 주일 예배 참석은 어린이 2명 장년 13명(2018년 현재) 되는 교회이다. 학포교회를 담임하는 이인덕 목사는 창원에서 25년 동안 섬기던 교회를 사임하고 작년에 미자립교회인 학포 교회로 부임했다. 신부 이조은 양은 이인덕 목사와 박미경 사모의 차녀이다.

창녕군 부곡면 학포리에 있는 학포교회

임세혁·이조은 부부는 결혼예배 순서지 인사말에 “많은 청년이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것들을 지켜내느라 불필요한 돈 시간 시선에 가장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습니다”라고 밝히며, ‘보여지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것’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며 살고 싶다고 전했다.

신랑 임세혁 군과 신부 이조은 양

이인덕 목사는 딸 부부의 뜻을 따라서 30년 몸담았던 노회에도 알리지 않고 25년 목회했던 교회에 광고도 안 하고 작은 결혼식을 치렀다. 이 목사는 얼마 전 본사에 “죽으면 산다”는 칼럼을 기고했다. 그는 이 글에서 “그 무엇보다 한국교회의 위기 극복을 위해, 교회 개혁을 위해 모든 목사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를 부인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양가 부모에게 인사하는 신랑신부

아버지가 목회하는 농촌 교회당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리며 자랑스러워 하는 딸 부부의 모습에서 광대한 주의 은혜가 보인다. 다음은 이인덕 목사가 딸의 결혼식 모습을 보며 스케치한 글이다.

 

신부입장, 아버지 이인덕 목사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신부 이조은 양

 

둘째 딸 조은이가 “아빠 학포교회에서 결혼식 하면 안 돼?”라고 문의했다. 

난 “좋~지!”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해서 2019년 2월 21일 서울에서 양가 부모들이 모여 상견례를 했다.

이 자리에서 딸과 사위 될 사람이 작은 결혼식을 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우리는 모두 찬성을 했다. 부모인 우리가 부담이 없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결혼을 앞두고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날씨였다. 농촌교회에서 결혼식을 하니 식당도 적어서 마당에서까지 식사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낙동강변 학포 수변공원에서 신랑·신부 친구들과 하는 2부 순서도 비가 오면 안 된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 것은 오시는 손님들이 식사하는 일이다.

지인들에게 작은 결혼식을 한다고 미리 알렸다. 그리고 노회에도 광고하지 않았다. 시찰에서도 목사님들에게만 알렸다. 내가 있던 반송제일교회에도 대표로 한 분에게만 이런 취지를 이야기했다. 그래서 교회 광고를 하지 마시고 알고만 있으라고 했다.

지난날 30년 동안 살았던 창원 그리고 경남노회에도 알리지 않았다. 그러나 결혼식에 몇 명이 올지 알 수가 없다. 작은 결혼식이니까 식사 인원 100명 계산을 했다. 나중에 딸이 20명 더 추가하자고 했다. 그래서 식사 인원은 120명으로 1인당 식비는 1만 원으로 계약을 했다.

낙동강변 학포 수변공원에서 신랑·신부 친구들과 하는 2부 순서 모습

날씨와 오는 손님 숫자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 그래서 기도했다. 26일(금) 결혼 전날 밤까지 비가 왔다. 그런데 27일 새벽 일어나 새벽기도를 가니 반달이 구름 사이에 밝게 비치고 있었다.

새벽기도 하는데 우리 하나님 아버지께서 우리들의 마음을 받아 주시는 느낌이었다. 할렐루야! 이날 미세먼지도 없고 너무나 날씨가 좋았다. 그리고 식사도 약간 모자라는 듯 깨끗하게 그리고 맛있게 드셨다. 약 150명 정도 식사를 했다.

딸의 드레스는 최고로 간단한 것으로 마련을 했다. 드레스 한 벌을 12만 원 주고 샀다고 한다. 신랑 양복은 양복점에 가서 흥정하니 100만대가 넘었단다. 그래서 빈티지 가게에 갔더니 마음에 드는 것이 있어서 6만 원에 사서 수선하는데 7만 원이 들었단다.

결혼을 앞두고 딸이 양가 부모는 한복을 입지 말고 원피스를 간단히 입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저의 아내는 대구 서문시장에서 옷감 천을 사서 직접 만들어서 입었다. 우리 남자들은 평상시 입던 신발과 옷을 그대로 입었다.

결혼식 전 25일 목요일 학포교회 성도님들은 교회 대청소를 했다. 결혼식 전날 딸과 사위는 결혼식 장식을 다 완료했다. 딸이 이런 결혼식을 하고자 했던 취지를 우리에게 이야기했었다.

아버지가 목회하는 농촌 교회당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리며 자랑스러워 하는 딸 부부의 모습에 광대한 주의 은혜가 보인다.

오늘 이 시대 젊은이들이 결혼식을 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서 쉽게 결혼식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결혼하려면 집을 준비해야 한다. 또 자가용도 준비해야 한다. 거기에다가 결혼식을 하는데 돈이 많이 든다. 이러다 보니 돈이 없어 결혼을 미루게 되고 또 결혼해도 많은 빚을 안고 새 출발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거운 짐을 지고 새 출발을 하니 행복 지수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딸과 사위는 이렇게 간단한 작은 결혼식을 하겠다고 했다. 결혼 예식 순서지에 이런 결혼을 하는 취지를 기록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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