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교육부 성교육 표준안이 너무 보수적이라고 가르치는 교사들

이재욱 목사(Bright teens 청소년 전문 연구소 소장)

공교육 성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활을 건 줄다리기

공교육 현장, 우리의 가치관과 정반대의 가치관으로 무장한 교사들로…

 

필자가 지난 ‘대한민국 공교육 교과서 성교육 문제(2)’을 통해 다뤘던 내용은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피임’에 관한 문제였다. 이전 부모 세대들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배웠다. 독자의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성적 자기결정권’은 보통 자신이 원치 않는 강압적인 상황 속에서 분명하게 ‘싫어! NO!’라는 표현을 상대방에게 인지시키는 것이었다.

그런데 상황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교육 현장에서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원치 않는 상황 가운데 ‘NO’를 외치는 차원을 넘어 청소년도 성적 주체임으로 ‘YES!’라고 외칠 권리가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학생인 너희가 서로 원하여 ‘YES’라고 외쳤을 때 누구도 너희의 권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청소년 성 주체자로서 그들이 가지는 권리임을 가르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필자가 너무 확대하여 해석하는 것으로 의심할 수도 있다. 또 교과서 문제(1)에서 다룬 ‘제3의 성’(남녀가 아닌 동성애자나 기타 성 정체성)에 대해 일부 가르치는 내용을 두고 동성애 조장이라고 볼 수 있는가? 라는 의문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확대 해석인지 아닌지 그리고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어떠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지 아래 내용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2015년 교육부는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발표하였다. 교육부는 표준안을 발표하면서 함께 지침서도 발표하여 그 범위 안에서 성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였다. ‘성교육 표준안 운영 시 유의사항’이라고 내려온 지침서를 보면 양성평등의 관점을 유지한다는 것을 가장 처음에 명시하고 있다.

양성평등이란 남녀의 평등을 말하는 것이며 남녀 이외에 제3의 성을 포함하지 않는다. 양성평등은 대한민국헌법에서 보장하는 바이다.

양성평등기본법 제1조(목적)에 따르면 이 법은 「대한민국헌법」의 양성평등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15년 교육부는 ‘양성평등’에 입각한 남성과 여성을 전제로(헌법에 근거하여) 학교 성교육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학교 성교육 표준안 전(全) 체계에 따라 성에 대한 다가치(생산적 가치, 쾌락적 가치, 인격적 가치)를 교육하여 학생이 자신의 성 가치관을 형성해 나가도록 지도하되, 이 경우 학생의 성 행동은 금욕을 기본으로 가르칠 것이라고 명시하였다. 남녀의 성을 고려하며 성의 개방이 아닌 절제를 기본으로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러한 “성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은 성 가치관, 성규범, 성행동을 스스로 통제하여 다양한 성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도입 배경에 밝히고 있다.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설명하는 ‘성교육 표준안의 이해’라는 장에서는 “우리 사회는 경제, 사회, 문화의 발달과 함께 서구의 성 개방 풍조에 영향을 받아 성에 대한 의식이 매우 개방되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공교육 기관인 학교가 더 이상 방관할 수가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학교에서의 성교육에 대한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었다.”라고 설명한다. 즉 교육부에서 시행하고자 하는 성교육 취지는 '성 개방' 풍조가 너무 심하니 방관할 수 없기 때문에 성 교육 표준안을 따라 교육하자는 취지이다. 

2015년 교육부 성교육 표준안의 초, 중, 고등학교별 목표가 설정되어 있는데, 그 목표를 요약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생명의 탄생과 태아의 성장과정(생명존중과 태아), 남녀의 성과 심리특성, 생물학적인 신체의 변화 등

2) 가족의 소중함, 결혼의 형성되는 가정과 가족의 관계, 부모되기 위한 준비, 자녀양육과 부모의 역할

3) 동성 친구(동성애가 아님)와 이성 친구 사귀는 방법, 이성관, 이성교제 예절

4) 생식에 대한 위생, 보건 등

5)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의사소통, 합리적 의사결정과 거절, 성관계에 대한 책임, 성문제 발생 위기관리 능력

6) 양성평등, 성폭력 대처, 성 상품화의 문제, 피임 등

교육부는 성에 있어서 보수적이면서도 양성평등적인 그리고 건전한 교육적 취지를 담아 내놓았다. 그렇지만 위의 표준안 교육 목표에서 보듯이 생명윤리, 가족의 소중함, 결혼의 가치, 성행동을 절제하는 취지 등을 교과서에 뚜렷이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나아가 어떤 부분은 다소 개방적이며, 어떤 부분은 아예 표준안을 벗어나기도 했다. 발견된 문제들에 관해 교과서 및 성교육 지도방안을 점검하며 수정과 개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당시 위 표준안이 발표되었을 때 교육부의 보수적 관점의 성교육에 거세게 반대하는 단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2015년 8월 23일 아래와 같은 단체들이 교육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의 반대성명’을 발표하였는데 반대하는 단체들은 아래와 같다. 단체들의 이름을 한 번쯤 읽어보시길 부탁드린다.

 (자료 출처: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자료실)

위 단체들은 ‘학교 성교육 표준안’이 학생들의 건강권, 정보권, 교육권을 침해할 소지가 심각하여 반대성명을 발표한다고 했다. 이들의 발표 내용을 요약 및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이 자료는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홈페이지 자료실에 들어가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1.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추진함에 있어서 성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교육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급진주의 노선의 성개방을 추구하는 전문가의 의견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필자 주)

2.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반대하는 단체(종교계와 보수단체 등)의 의견만 수렴하였기에 성교육 내용이 시대착오적이며, 편향적이므로 후퇴하였다는 것이다. 이들은 남녀간의 사랑만 사랑으로 간주하고 동성애 및 다른 성적 지향을 가진 사람을 포괄하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청소년들에게 동성애 지도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3. 10대를 성주체자로 보지 않고 성적인 자유를 누리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금욕을 강조함으로 성적자기결정권을 다루지 못하고, 성소수자(동성애자)를 배제하여 성차별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청소년의 성을 억압함으로서 청소년의 행복권을 침해하고 있다. (여기서도 언급하듯 이들이 주장하는 성적자기결정권은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섹스할 권리이다. 이것을 인권이라고 주장한다. 청소년의 섹스 권리를 억압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논리다.- 필자 주)

4. 결혼에 대한 강조를 통해 부모되기, 출산 및 자녀양육만을 강조하기에 잘못되었다.

5. 다양한 가족관계를 배제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이성애 중심의 결혼으로 형성되는 가족과 출산의 기능을 강조함으로 시대의 다양한 가족 구성 형태를 고려하지 않는다.(이성애자와 결혼한 가정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사용함을 통해 동성애 커플로 구성된 가족을 지속적으로 염두하고 있다.- 필자 주)

6. 성고정관념을 갖게 할 수 있음으로 반대한다.

위 단체들이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성교육이 보수적이며, 동성애자들은 인정하지 않고, 동성애 교육을 하지 않고, 청소년들의 성 개방을 인정하지 않으며, 이성애적 결혼과 가정의 기능적인 측면만 말하기 때문에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양성평등에 입각하여 남녀의 심리차이와 생물학적 차이, 역할분담에 대해서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차별적이라고 주장을 한다.

이들은 이러한 견해가 자신들만의 주장이 아님을 설파한다. 학교 현장에서 청소년들에게 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보건교사들의 의견을 조사하여 결과를 첨부하는데 59.2% 가 ‘학교 성교육 표준안’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한다며 뒷받침하고 있다.(2015,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주관 설문)

필자가 '보건교사 응답 설문 문항'을 살펴보면 타당성에 문제가 제기될 소지들이 있으며, 일부 문항은 자신들이 듣고자 하는 대답을 유도하는 듯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보건교사들의 피드백 중에 중요한 부분은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 전적으로 반대한다기보단 청소년들이 더 알고 싶어 하는 성교육 내용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이 부분은 필자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교육하는 시수 확보와 학생들이 교사를 평가하는 부분에 부담이 된다는 내용이다.

다시 말해 교육적 내용보다도 기타 행정적인 부분으로 인해 현장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의 단체들은 마치 내용에 심각하고 큰 문제가 있어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견해를 취했다. 설문 조사 역시 얼마나 공정성 있게 진행됐는지는 알 수가 없다.

과연 이 단체들의 주장을 옳다고 받아들여야 하는가?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들이다. 그러나 현재 교과서 내용들은 보면 얼마나 2015년 발표한 교육부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서 벗어나 성개방 노선 쪽으로 치우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3월 중순 필자가 청소년 교육 현장에서 5년 이상 근무한 A 선생님(서울 지역근무)과 인터뷰 할 기회가 있었다. 필자가 요즘 들어 이슈가 되고 있는 학교 공교육 교과서 성교육 문제의 심각성을 A 선생님께 이야기하고 있었다. 시간이 몇 분 흐르지도 않아 A 선생님은 필자의 이야기를 끊으면서 자신의 불편한 심정을 이야기하였다.

A 선생님이 불편한 심정을 가진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청소년들이 성적 주체임으로 스스로 섹스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음에도 청소년기엔 유예해야 한다는 필자의 발언.

2) 청소년의 성 개방을 반대하는 보수적인 입장을 고지.

3) 동성애를 사랑의 한 형태로 인정하지 않는 발언.

4) 동성애자들이 꾸리는 가족을 인정하지 않는 발언.

5) 태아를 생명으로 보는 관점.

6) 낙태를 반대하는 취지의 발언.

교육 현장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관과 정반대의 가치관으로 무장한 선생님들이 우리 다음 세대들을 가르치고 있는 경우도 상당수 많다. 교회 안 다음 세대 청소년들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관점으로 성교육을 가르치는 선생님께 배우고 있는지를 직접 점검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학교 현장 안팎에서는 다음 세대 청소년들을 놓고 양쪽에서 사활을 건 줄다리기가 몇 년 전부터 계속해서 진행되어 오고 있다. 열심히 죽을힘을 다해 줄을 당기라고 외치고 응원하는 것을 넘어 함께 줄을 잡고 당기는 일에 동참하시길 부탁드린다. 그 일이 무엇이 되었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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