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민교회 순장 특송

긍휼과 사랑

이강순 권사(우리시민교회)

  엉겁결에 순장이 되었다.

  못하겠노라, 하고서 여러 날을 고민하고 걱정했다. 누군가를 챙긴다는 것이 서툴기도 하지만 편해지고픈 마음도 있고 책임을 진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이유도 컸다.

  새가족 중심으로 순이 정해지고, 일단 순원들 서로가 얼굴을 익혀야 할 것 같아 주일 점심시간 여자들끼리 먼저 모였다. 순원들의 특성을 다 알 수는 없었지만 잠깐의 나눔에도 친해진 듯 정이 갔다.

  그 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한 순원이 간절한 마음이 느껴지는 기도제목을 빼곡하게 적어 보냈다. 어찌 보면 단순한 기도제목 같았지만 갈급한 여러 마음이 읽혔다.순장으로서의 어떤 책임감에 앉으나 서나 기도했다. 마치 내가 어미가 된 것 마냥 마음이 쓰였고 안타까운 신앙의 깊이까지 들여다보여 애틋했다. 뿐만 아니라 무의식중에 순원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기도하고 있었다. 나의 부족함이 어쩌면 순원들이 누릴 수 있는 복을 감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노파심도 작동했던 것이다.

  돌아보니 오랜 시간 순원으로 살아왔다. 지금껏 나의 순장이었던 분들을 떠올렸다.그들도 이렇게 애타게 기도했겠구나. 마치 자식처럼 가슴에 품었겠구나. 그동안 순장님께 안겨드렸던 숱한 무거운 기도제목들… 두 아이의 입시를 넘어 취업 문제며 그리고 아팠던 이러저러한 문제들까지. 그때마다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서 얼마나 간절히 기도해주셨을까.

  순장 직분을 맡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었구나. 부족한 나를 더 나은 기도의 자리로 인도하기 위한 길이었구나. 받기만 하지 말고 주는 사랑에 깊이를 더하라고. 말씀과 기도로 신앙의 격을 높이라고. 깊이 품고 깊이 나누라고 세운 자리였구나.

  긍휼과 사랑은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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