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을 배우고, 사랑을 배우는 새해

오경석 목사(우리시민교회 담임)

화가 박수근은 일제강점기부터 1960년대까지 오로지 이웃의 모습만 그렸다. 박수근만큼 일관되게 자신의 주변 풍경, 이웃의 삶을 진솔하게 그린 작가는 없었다. 그에게 이웃은 가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이었고, 그에게 미술은 이웃의 고통을 생각하라는 메시지였다. 

그는 한국전쟁을 거친 후 살아남은 이들의 피폐하고 헐벗은 모습들을 정성껏 화폭에 담았다. 그에게 그림이란 선한 이웃, 어려운 이웃, 나와 동일한 운명공동체인 삶의 모습을 기록하는 일이었다. 따라서 그의 그림은 추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구상화였고, 그림의 내용 역시 구체적인 생의 모습이었다.

이웃이란 옆집에 사는 사람, 공간적 인접성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공간적으로 가장 가까이 있는 타인이 이웃이다. 성경이 말하는 이웃과 박수근이 그린 이웃은 같다. 그것은 그가 독실한 기독교인이었기 때문이고, 그가 예수님처럼 고통받는 이웃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그림에 담아 표현했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공생애 3년간, 한결같이 이웃을 사랑하셨다. 이웃 사랑이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안 것이다. 주님은 누가복음 10장에서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를 하신다. 우리가 자신처럼 사랑해야 할 이웃은 거리로나, 심정으로나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 고통과 위험에 빠진 ‘성 밖에 있는’ 사람임을 알려주신다. 박수근의 그림에 일관되게 등장하는 일하는 여인들, 골목에서 노는 아이들, 무료하게 앉아 있는 노인들이 우리의 이웃이다. 그가 죽고 20여 년이 지난 뒤에 그의 그림은 서서히 평가받기 시작했고, 그림 속에 등장하는 소외된 서민들은 이제 각성한 사회인이 되어 자신의 이웃이 누구인지 찾아 나설 차례가 되었다.

우리의 이웃은 누구일까? 그는 어디에 있으며 우리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있는데 이웃은 없고, 이웃은 있는데 사랑은 없다. 이웃을 배우고, 사랑을 배우는 새해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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