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욱 목사(하나교회 담임)

새벽기도회가 없었지만, 일찍 교회로 나왔습니다. 못다 한 주일 준비를 위해서였습니다. 최소한의 준비를 마치고, 차를 몰아 대전으로 갔습니다. 장로 고시를 치는 조성재 집사님을 격려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토요일이어서 그런지 고속도로가 밀려서 평소보다 배나 걸렸습니다. 대전에 간 김에 노회 목사님의 자녀 결혼식에 잠깐 들러 축하하였습니다. 그리고 천안에 돌아오자마자 서울에 있는 이정건 선교사님 모친상가에 갔습니다. 문상을 마치고 돌아오니 저녁 9시가 넘었습니다. 하루가 바쁘게 지나갔습니다.

16년 전부터 부산에서 살았습니다. 태어나서부터 50년 가까이 살다 보니 인간관계가 다양해졌습니다. 목회하면서 연합하는 활동도 하다 보니 맡겨지는 일들도 많았습니다. 너무 바쁘게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이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많은 일을 하는 것보다, 하나님의 임재 속에서 교제하는 것을 더 좋아하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신없이 살다 보니 하나님이 어디 계신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천천히 움직이면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목마름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천안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다시 바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가을입니다.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참 좋습니다. 하늘을 쳐다볼 때마다 기분이 참 좋습니다. 그런데 너무 바쁘면 하늘을 못 봅니다. 밤마다 조금씩 크기가 바뀌는 달의 움직임도 모릅니다. 예쁘게 물드는 단풍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떨어지는 낙엽에도 감흥이 생기지 않습니다. 자꾸 그러다 보면 심성이 메마르고, 감성이 삭막해집니다.

가을을 지칭하는 말들이 많습니다. 천고마비의 계절, 독서의 계절, 결실의 계절, 사색의 계절 등입니다. 너무나 좋은 계절이어서 가을을 노래하는 시들도 많습니다. 특히 김현승 님의 <가을의 기도>라는 시는 유명합니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사랑하게 하소서…. 홀로 있게 하소서. 올해 가을, 이런 가을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 가을에 하나님의 충만한 임재 가운데, 하나님과 동행하는 꿀맛을 누릴 수 있길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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