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말씀의 맛이 내게 어찌 그리 단지요 내 입에 꿀보다 더 다니이다. (시119:103)

이돌연 집사(우리시민교회)

젖은 수건과 옷가지를 정리하지 않은 채 엉망인 욕실 앞을 본 후, 큰아이 방문을 벌컥 열었습니다. 가끔은 뒷정리 하라고 잔소리를 하며 치웠는데 그날은 저도 힘들었는지 다짜고짜 화를 낼 준비부터 마친 상태였습니다. 수건으로 젖은 머릴 둘둘 싸맨 채 컴퓨터 앞에서 열심히 자판을 두들기는 아이를 보며 분노의 게이지가 쭉쭉 상승곡선을 탔습니다. 
 
아이 이름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부르며 가까이 가서 등짝 스매싱을 날리려고 손을 들었습니다. 순간 모니터 화면에 뜬 성경필사를 본 순간 너무나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이 등을 쓸어 주었습니다. 성경필사를 열심히 하고 있는 아이에게 성질을 부리면 왠지 하나님께 제가 더 혼날 것 같아 목소리 톤도 바꾸었습니다.

"엄마, 성경 필사는 나와의 약속이라 매일 조금씩 쓰는 거야. 끝나면 내 할일 알아서 다 할 테니 주무세요!"

"머리 냄새 날 텐데 머리부터 말리고, 벗은 옷은 빨래 통에 넣고 하는 건 어때?"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아이에게 에구, 참지 못한 잔소리!

성경필사의 첫 계기는 아마도 상품권을 타기위해 시작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성경필사를 시간 날 때마다 써 내려 가는 주미의 모습이 너무나 예쁩니다. 아마도 성경말씀의 단맛을 아이는 엄마보다 더 많이 느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날마다 성경을 꾸준히 눈으로 읽고 손으로 쓰는 것이 쉽지 않을 터인데, 대견해 보였습니다. 힘들 때마다 주님을 찾고 의지하는 큰딸 주미가 주님 품안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 든든하고 감사했습니다. 이런 뿌듯함을 느끼게 하는 딸을 주신 주님께 감사기도 제목 하나 또 추가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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