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보면 내 생각으로는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떠밀려서 행동해야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마 이번 선교 트립이 그런 일 중에 하나였습니다. 오래 전에 아프리카 선교대회에 참가 약속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아서 포기하려고 했지만, 취소할 수 없는 어떤 힘에 이끌려 장거리 비행기를 탔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은 하지 않아야지 중얼거리며 그 어려운 길을 결단하고 떠났습니다.

거의 하루가 넘게 걸려서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도착하여 일정을 시작하였는데 그렇게 아팠던 몸에 새 힘이 솟으면서 기분이 상쾌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하게도 건강이 좋지 않을 때 선교지에 가서 선교사님들을 만나면 어디에서인가 새 힘이 공급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문득 내가 선교사가 되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질문이 생기고 선교사에 대한 젊은 날에 소명을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쨌든 지금 이 나이에 선교에 대한 불타는 마음과 선교사들을 사랑하게 되는 열정을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프리카를 알기 위한 탐사적인 여행을 며칠 한 후에 선교대회가 열리는 이스트런던으로 향했습니다. 반가운 얼굴들과 손을 잡았습니다. 저는 그렇게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입이 무겁기 때문에 귀가 넓게 열려있고 마음의 눈은 매우 정교하여서 선교사님들을 한사람씩 주시하면서 입력시켰습니다. 불꽃같은 눈은 아니지만 세밀하게 바라보았습니다.

가끔씩 핵심적인 말을 던져서 그들의 마음을 떠 보기도 했습니다. 제가 최고참 선배가 되어서 함부로 나서서도 안 되고 너무 근엄해서도 안 되고 어쨌든 편안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행동했습니다. 아프리카에는 우리 교회의 주 파송 선교사님 2분과 후원 선교사 4분이 계십니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가고 관심이 쏠려 있었습니다. 저희 교회 선교회원들이 7분이나 함께 왔는데, 오징어 문어 젓갈을 공수해 왔습니다. 선교사님들이 예전에 공항에서 다 빼앗겨 버린 음식인데 기적적으로 가지고 온 것입니다.

선교대회 스케줄이 너무 타이트해서 한 마디 거들었습니다. “좀 편안하게 쉬면서 교제하고 축제 같은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랬더니 스케줄을 확 줄이고 여유 있는 시간들로 바꾸었습니다, 특히 둘째 날은 이스트 런던 해변으로 가서 행복한 교제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해안가가 참 아름답고 파도가 밀려오는 인도양의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홍합과 소라를 따서 삶아 먹는 시간도 좋았고 해변에 물개처럼 자유롭게 눕고 앉아서 사랑의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간들도 너무 좋았습니다.

나는 선교사님들의 토론 시간에 참여하지를 않아서 어떤 결정을 했는지 잘 모릅니다. 이사장님과 본부장님과 본부 직원들이 참여했기에 행여 주제넘게 나서지는 않을까 싶어서 일부러 빠졌습니다. 이번 선교대회가 지역 선교부를 처음 시작하는 시간이라 그 취지와 내용들을 다루는 시간이어서 더 그랬습니다. 선교 보고를 틈틈이 들으면서 선교사님들의 현장의 문제를 알았고 작년에 우간다와 남아공을 다녀갔기 때문에 그 동안 아프리카에 대한 나의 관심과 집중적인 연구가 보다 정감 있게 그리고 실제적으로 아프리카 선교에 접근할 수 가 있었습니다.

이번 아프리카 선교대회에 다녀와서 제 나름대로 느끼고 생각했던 것을 조심스럽게 몇 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제 이야기가 단편적이고 주관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고 선교사님들 입장에서는 현장도 잘 모르면서 지껄인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라면 언제든지 저에게 연락해서 교정해 주시고 다른 방도를 말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다만 밖에서 바라보는 목사의 눈에 비췬 아프리카 선교의 생각일 뿐입니다.

첫째는 아프리카 선교사님들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영적인 용사라는 점입니다. 일당백이라고 할 수 있는 용장들입니다. 이런 용장들이 함께 하는 전쟁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각개전투보다 서로가 전략을 나누면서 약점을 보충하고 새로운 전략을 함께 만들어 가는 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전략적인 마인드가 열려있지 않고 대화의 창이 막혀 있었습니다.

둘째는 제가 KPM 이사장을 지내면서 느낀 점은 선교사님들이 오지에 오래 나가 있으면 현장에 전투력은 강화되는데 전략적인 사고는 점점 약화되어 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선교 전략에 도전하지 못하고 그냥 해 오던 방법을 바꾸려는 의지가 없다는 점입니다. 물론 오늘의 교회의 목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아프리카 선교의 전문가적인 브레인이 있어야 하고 전략팀이 구성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셋째는 그러기 위해서는 아프리카 선교의 센터를 아프리카 경제의 중심인 요하네스버그에 세워서 그곳에 전략팀이 거주하고 언제든지 아프리카 선교사들이 그곳에 가서 쉼도 가지고 새로운 전략도 나눌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컴퓨터 시스템이라도 최신 것으로 구비하여 누군가(임원들 중에) 계속해서 네트워크를 잘 연결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이런 일에 대해서 비전을 누군가에게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넷째는 아프리카 선교사님의 건강에 대해서 본부는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면서 관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지가 되어서 한번 귀국하기도 어렵고 진단받기도 어렵습니다. 좀 특별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이번에 두 가정이 중병에 걸려서 한국에서 치료 받고 있는 중이라 참석하지를 못했습니다. 아프리카에 가서 선교하는 귀중한 인재들을 이렇게 잃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다섯째는 아프리카 지역이 너무 멀어서 이번에도 대회에 참석하는데 하루가 걸리고 여러 번 비행기를 갈아타고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중앙아프리카를 지역선교부 안에 또 다른 선교지역으로 만들어 소지역장을 임명하여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중부와 남부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소통과 연합이 이루어지기가 너무 어려운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마다카스카르에 있는 지역장이 본래 선교현장으로 복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주제 넘는 이야기 같지만)

여섯째는 아프리카에 대한 20년 프로젝트를 만들었으면 하는 안을 제시해 봅니다. 지금 아프리카의 복음의 역사가 뜨겁게 일어나고 있지만 교육과 훈련부재와 깊은 우상숭배로 인해서 온전한 복음이 그들을 지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곳에 어릴 때부터 복음으로 양육하고 가르칠 프로젝트가 만들어 졌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 주일학교 부흥운동을 접목시키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먼저는 주일학교 교재 편찬을 위탁하고 교사 훈련과 양육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여름 성경학교 같은 특별 집회를 보다 활성화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여기에 저희 교회가 동참해 보려고 합니다.

항상 주관적인 생각은 객관적인 생각과 거리가 먼 이야기 일수는 있지만 객관적인 생각은 때때로 주관적인 생각으로 보완되어야 진보할 수가 있습니다. 이제는 KPM 에서도 아프리카 선교가 뒷전이 되어 있지만, 여전히 아프리카는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선교지 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여력이 없어서 소홀하게 취급되지만 이렇게 복음이 뜨겁게 역사하는 현장도 드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모든 성도님들의 관심과 기도가 아프리카를 향하여 지속적으로 연결되어 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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