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 열리게 될 고신 총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4월의 봄 노회가 끝나자 교단에서 일할 부총회장과 사무총장 등 임원으로 섬길 후보군에 대한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온다. 아직 공식적으로 노회에서 추천을 받고 본격적으로 후보자로 활동을 하게 될 시점이 아니기 때문에 드러내 놓고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없지만 음성적으로는 후보자들이 앞 다투어 여러 채널을 가동하여 기세를 선점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만만찮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십여 년 동안 두 사무총장을 겪으면서 기대도 많이 했는데 돌이켜 보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교단 총무’라는 직함에서 더 많은 일을 대외적으로 하도록 하기 위해서 총회에서 그 위상을 ‘사무총장’이라고 승격시켜 주기까지 했는데 말이다. 올해는 현 사무총장이 연임할 수 없음으로 사무총장을 새로 선출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한 사람이 선임되면 3년, 혹은 6년이라는 기간을 보내게 된다. 과거에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면서 세월의 빠름을 실감 있게 표현했지만 요즘은 변화가 무쌍하여 10년이 1년처럼 빠르게 흐른다. 새로 선임되는 사무총장의 임기동안 엄청난 변화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다른 임원도 마찬가지다. 가능하면 기수별로 하자고 해서 몇 년 지켜오던 좋은 관행도 이제는 물거품이 되어 어느 기수에서나 나올 수 있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제도나 방법은 완벽할 수 없고 장단점은 있을 수 있지만 가능하면 기수별로 동기들에게 인정을 받는 사람이 나오면 불법선거운동 등의 부작용 없이 총회에서 은혜롭게 선출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런 관행이 몇 년도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국가나 교회나 시스템이나 제도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택되는 지도자이다. 한해 혹은 수년 동안 임원으로 섬길 후보자들은 어떤 인물이어야 할까? 여러 가지 성경적인 조건이 필요하겠지만, 어느 정신분석학자는 어떤 공동체에서 지도자로 쓰임 받기 위해서는 아래의 여섯 가지 자격을 구비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하였다.

첫째는 시간 돈 그리고 열정을 들여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검증 가능한 사람, 둘째는 자기 성찰의 능력을 갖춘 사람, 셋째는 자기가 한 말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수 있는 솔직한 사람, 넷째는 상상력이 풍부한 창조적인 사람, 다섯째는 역사 인식이 뚜렷한 사람, 여섯째, 윤리의식이 투철한 사람이다.

총회를 섬길 사람들도 위와 같은 조건들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이 하니까 자기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임원이 되면 안 된다. 이럼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허송세월을 보내게 하면 안 된다. 시간과 물질 그리고 열정을 가지고 전문성을 쌓아야 좋은 섬김이가 될 수 있다. 자기가 한 말에 대해서는 어떤 경우라도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정견 발표를 할 때 하나님과 교회 앞에 약속한 것은 그 어떤 경우라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게 되고 그 신뢰 속에서 사역을 할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 해 오던 일들을 답습해 가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상상력을 동원하여 창조적으로 일을 해 나가는 사람이어야 한다.

인류역사는 창조적 소수에 의해서 유지 진행되어 왔다고 역사가 토인비는 강조했다. 교단정신과 역사인식도 분명해야 하다. 과거의 잘못에 대해서는 철저히 반성하면서 미래를 위해서 현재의 상황을 잘 진단하고 파악해서 추진해 가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윤리의식이다. 과거 임원으로 섬기던 몇 사람의 윤리의식의 결여로 인하여 교회와 교단에 치명적인 상처를 준 사례가 있다.

자기 자신을 속이고 교회를 속이고 하나님을 속이려고 하는 비도덕적인 사람이 교단 선봉에서 일하게 되면 교단의 이미지를 추락시키고 결국 공동체를 몰락의 길로 이끌게 된다. 고신 교단 뿐 아니라 다른 교단들도 임원들의 윤리 문제로 인하여 한국교회가 몸살을 앓게 되고 교회의 미래에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교단의 일을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안일한 사고를 가진 사람이 임원이나 사무총장이 되면 교단은 다시 퇴보하고 말 것이다. 총대들이 이번 선거에는 혈연, 지연, 학연, 노회 정치 등의 관계를 떠나서 미래의 더 나은 교단 발전을 위해서 전문성을 겸비한 후보자를 선택하는 지혜와 분별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 전반이 점점 쇠퇴해 가는 이 시점에 총회의 임원선거는 너무나 중요하다. 실패를 되풀이 하는 것만큼 역사를 퇴조시키는 일은 없다. 실패를 거울삼아 미래의 희망을 꿈꾸는 고신 총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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