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목사/ 전주에서 나서 전북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안양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부목사로 봉사하던 중 남아공 Stellenbosch University에 유학하여 석사과정을 마치고 조직신학분과에서 Dion Forster 교수의 지도를 받아 공적신학(공공신학) 논의들의 관점으로 칼빈의 신학을 재조명하는 논문을 쓰고 있다.

저는 해외에 머물고 있습니다. 요즈음 ‘미투 운동’으로 한국 상황이 뒤숭숭합니다. 그래서 페이스북 친구님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여 좀 뒤져봤습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참으로 실망스럽습니다.

저는 양비론을 주장하고 싶지도 않고, 정치혐오를 부추기고 싶지도 않습니다만, 이 글이 결과적으로 그런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 됩니다. 이 글로 논란이 일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올려봅니다.

우선 저의 정치 성향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전에는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가 박 전 대통령 사건 이후로 우리나라 보수 정당에서 희망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진보측 정당에서 나오는 정책들이 오히려 논리적이고 인간적이며 친서민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제가 아는 분들이 페북에 포스팅하는 글들을 읽으며 긍정적인 평가를 하곤 했습니다. 현재로서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 보다는, 정책별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현 야당을 성토하는 글을 포스팅 하던 분, 세월호 피해자의 편에서 열을 올리며 부르짖던 분, 문 대통령을 지지하며 자랑스러워하며 그런 글을 열정적으로 포스팅 하던 분, 정의를 외치던 분들의 페북에서, '안희정'에 관한 글은 커녕, '미투'에 대한 글도 전혀 올라오고 있지 않다는 것에 너무나도 놀랐습니다.

그분들이 평소에 외쳤던 '인권'과 '논리적, 상식적 사고'를 생각하면 그 분들의 페이스북에는 당연히 '안희정'에 대한 비판 글이 올라와야하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피해자를 위로하는 글이 올라와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오히려 너무 조용합니다. 더구나 '미투 운동의 음모'를 이야기 하며,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에 앞서고 있는 분까지 보입니다.

평소에 피해자와 약자 그리고 슬퍼하는 사람의 편을 들던 분, 그런 거대담론을 이야기 하던 분들이 진정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의 고통은 공감하지 못하고 있음을 경험했을 때, "아 역시 이 사람들도 다를 바가 없구나" 생각하며 실망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실망을 지금 또 느끼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런 분들에게 질문이 있습니다. 왜 평소와 다르게 '안희정' 사건에 대하여는 잠잠하신가요? 왜 피해 여성의 고통을 공감하며 울분을 토하지 않나요? 제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역시 진보적 가치관을 가졌다는 사람들도, 진짜 진정한 진보적 가치관을 가져서가 아니라 그저 보수적인 사람들이 싫어서 그렇거나, 아니면 진보 정치인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 들것 같습니다. 우리 편이니 덮고 가자는 것으로밖에 안 보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진보고 보수고 다를바가 없네."라는 실망감을 떨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안희정'을 정죄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이 글의 중심은 '안희정'이 아니라 진보 성향을 가진 분들의 '형평성' 문제입니다. 그런 면에서 안희정을 지지했던 사람들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안희정의 지지를 철회하며 피해자에 대하여 유감을 표한 모습은 대단하게까지 보입니다. 그분들이 정치인들보다 백배 더 나은 분들 같습니다.

이번 일로 인해, 그 분들의 포스팅이 이제 공해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진정한 진보는 어디에 있는가? (진정한 보수는 어디에 있는가 하는 고민은 수년전부터 했더랬습니다) 하는 고민이 깊어집니다. 사실 저도 이렇게 될까봐서 평소에 섣부르게 누구를 비판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만, 그 분들이 이번 일로 인해 자기 자신이 얼마나 공정한가를 스스로 점검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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