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 너머] /지형은
공허
텅 빔
그 황홀함
거기 희미하게 남은
창조의 흔적
보이지 않는
아니 있지 않은 길
없으니 잡히지 않는
잡을 수 없음을 알면서
허공에 몸을 던지는
무모
끊을 수 없는 중독
존재가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고 믿는
존재의 작은 파편을 끌어안고
삶을 몸부림하는 사람들
삶과 죽음 너머
시공간의 물체성을 지나
존재와 비존재의 고향
그 영원의 호수를 그리며
디딜 데 없는 텅 빈 데로
자의식을 던지는 사람들
고요,
소리가 사라져
다시는 무엇도 들리지 않는
거기서 너울처럼 춤추는
더는 무슨 짐도 없는
쉼
숭고하도록 가련한 여기에
창조주가 들린다
그 밀씀이 내린다
내가 보낸 이가 있으니
그를 믿어라
텅 빈 공허에
말씀이 가득하고
작고 푸른 행성에
믿음의 집이 보인다
저 바깥
그 광막한 데는
여전히 시선도 닿지 않는다
겸허해야 한다 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