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목사(우리시민교회 부목사/ 대학청년부와 카페 담당)

원두가 새카맣게 탔다. 내 마음은 더 새카맣게 탔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음은 물론 커피에 대해서도 문외한인 내가 커피콩을 볶고 있다니….

첫 사명은 커피 맛을 내는 것이다. 그런데 블랜딩, 로스팅, 배전도, 시티, 풀시티, 1차 크랙, 2차 크랙, 용어도 생소하고 머리가 복잡하다. 마음은 더 복잡하다. 울고 싶었다. 그냥 아무도 없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그렇게 주저앉아 있을 때 한 줄기 빛이 보였다. 하나님께서 이곳에 보내셨고 책임지실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하나님은 환경이 아닌 마음을 변화시켰다. 마음이 열리고 귀가 열렸다. 많은 이들의 조언이 들렸다. 눈도 열렸다. 새벽 2~3시까지 커피 관련 블로그를 서핑 했다. 밤새 커피 관련 유튜브를 보며 지식을 쌓아갔다. 입도 열렸다. 이 집 저 집을 찾아다니며 커피를 마셨다. 두 달 동안 마신 커피 양이 35년 동안 마신 커피 양보다 많았다.

‘깊은 곳에 그물을 내려라’ 말씀하시던 그분이 이제는 ‘로스팅기에 다시 원두를 넣어라’ 말씀하신다. 기적이 나타났다. 사람들이 커피가 맛있다고 한다. 순간 에스프레소보다 더 진한 눈물이 났다. 그러나 예수님께는 기적이 아니었다. 우리의 상황이 불가능해 보이고 결과가 기적처럼 느껴질지라도 그분께는 아니었다. 예수님께는 고기가 많고 적고의 여부가 전혀 중요한 전제가 아니었다. 바로 베드로의 믿음과 그에 따른 순종이 중요한 전제였다.

커피 맛을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을 바로 보는 ‘나의 믿음과 순종’이었다. 사람을 낚는 어부로 다시 베드로를 부르신 것처럼 하나님은 사랑과 말씀을 볶는 로스터로 다시 나를 부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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