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찢어내며] /천헌옥
안방은 7월의 해수욕장이다
작은방은 8월의 계곡이다.
거실은 9월의 벌어진 알밤들이다.
하릴없이 1에서 8까지의 숫자만 세고
한장 한장 뜯어내다 벌써 달력은 앏아지??nbsp;
하루 세끼 뭐하고 먹었는지 모르겠다.
새천년, 밀레니엄, 그런 말들이 가물가물하고
2000에 벌써 5라는 숫자가 달렸으니
이공일공, 이공오공 할 날도 얼마 안남은 것 같다.
그 수많은 날들, 시간들을 꼭 같은 창문으로만
보고 살았으니 어느듯 외곬수가 되고
저 잘난척 착각속에 홀로 가는 길 오늘도 간다.
나들이도 친구 만남도 호주머니 계산을 하고
가만 있는 게 버는 것이라는 철학을 진리로 믿으며
한참 지난 욕실 달력을 몇장이나 찢어낸다.
(2005년 9월에 쓴 글을 다시 꺼내 보았다. 그런데 어제 쓴 것같이 공감되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