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무 교수, 정치가 모든 것인 양 군림하는 한국 장로교회 위험하다

회중교회와 감독교회 사이에서 헤매는 한국 장로교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목회적 관점에서 본 한국 장로교 정치 체제의 장단점”이라는 논문을 발제한 유해무 교수(고려신학대학원 교의학)는 2017년 4월 20일(목) 서문교회(담임 한진환 목사)당에서 열린 서울지역 신학포럼에서 한국 장로교 정치제도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고려신학대학원이 매년 전국을 돌면서 개최하는 이번 신학강좌는 4월과 5월에 총 4차례에 걸쳐 진행되는데, 이번은 첫 신학강좌로서 남서울, 서울, 동서울, 서울남노회 주관으로 열렸다.

포럼이 열리고 있는 서문교회당

정치가 모든 것인 양 군림하다 교황처럼 망한다

유해무 교수는 루터의 종교개혁은 교리의 문제였지만, “교황 일파는 이를 교회 정치적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다가 결국 교회분열을 자초하고 말았다.”며, 장로교 정치 체제를 논함에 있어서 교리적 관점이 중요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유 교수는 중세의 복잡한 교회법이 정치와의 관계에서 생겨났고 그 결과 공권력(유 교수는 성속의 구분 자체가 비성경적이라며 세속권력을 공권력이라 불렀다-편집장 주)의 모습이 많이 들어왔다고 진단했다.

감독정치와 회중정치의 오류에 빠진 한국 장로교회

그는 미국의 회중교회를 언급하며 한국 장로교회의 근저에 신대륙의 회중교회 정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웨스트민스터회의가 채택한 “종속(subordination)”이라는 말을 따라 한국 장로교 정치에 목사 우위의 상회 개념이 생겼다며, 이는 감독정치의 폐단에 빠질 위험성을 제공한다고 진단했다.

유 교수의 강의를 요약 정리하면, 한국장로교회는 태생적으로 미국의 회중교회에 뿌리를 두고, 그 운용에 있어서 감독정치에 기대고 있다는 말이다. 장로 정치는 회중교회의 약점과 감독정치의 폐단을 극복한 정치이지만, 한국 장로교회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감독정치와 회중정치에 내재한 오류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이다.

발제하는 유해무 교수

유 교수는 회중교회와 감독교회 사이에서 헤매는 한국 장로교회의 구체적인 예를 다음과 같이 들었다.

1) 직분의 동등성 훼손: 만인제사장직에 기초한 장로정치는 오직 그리스도만이 통치자이시고 이를 위임받은 치리자의 동등성 특히 목사의 동등성을 우선시한다. 더 나아가 목사 장로 집사의 직분적 동등성을 말한다. 그러나 현행 부목사 제도는 장로정치의 이런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또한 장로아래 집사 등과 같이 교회 직분의 서열화도 그 예가 될 수 있다.

2) 장로가 회중의 대리자 아니다: 치리회를 구성하는 목사와 장로는 장로로서 동등하다. 장로는 회중의 선출을 받지만 직분자로서 회중의 대리자가 아니다. 장로가 회중의 대리자라는 발상은 회중교회적이다.

3) 치리회의 문제: 노회나 총회는 교회가 아니라 치리회이다. 상회라는 개념보다 '광의의 회의'라는 개념이 옳다. 치리회가 교회를 지배할 수 없다. “이것이 잘 정립되지 않으면, 노회와 총회의 결정을 지역교회가 임의로 해석하거나 준행하지 아니하는 회중교회식의 변칙도 발생할 수 있다.”

4) 총회 폐회하면 파회: 장로정치는 위계질서의 최상위로서의 감독 혹은 교황과 같은 관행을 철저하게 거부했다. 이런 가치를 따라 총회가 폐회하면 파회라는 규정을 따랐다. 그러나 현재 한국장로교회 안에서는 총회 임원회가 파회된 총회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신하며 위계질서의 상층부 노릇을 한다. 이것은 감독제를 취하는 감리교로부터 받은 영향이라고 여겨진다. 유 교수는 “총회를 상설회로 이해하고 임원회가 총회를 대신하는 듯한 운영은 총회를 파회함으로써 교권의 집중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한 우리 선배들이 가졌던 장로정치의 정신과는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포럼을 경청하는 참가자들

교리와 예배보다 비대해진 교회 정치의 위험성

결론적으로 유 교수는 교회정치는 교리의 고백과 이로부터 나오는 예배의 순수성을 성경적으로 파수하기 위한 보조 수단이라고 했다. 그는 교회정치가 교리와 예배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유 교수는 “그리스도가 다스리는 교회에는 오직 하나의 법, 곧 사랑의 법이 지배한다.”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정치가 교리와 예배보다 비대하지 않는지, 종교개혁 시대의 교황처럼 정치가 모든 것인 양 군림하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보아야 한다고 했다.

좌로 부터 논평자 신호섭 목사, 발제자 유해무 교수, 성희찬 목사, 논평자 이세령 목사

준비위원장 이한식 목사(남서울노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포럼은 유해무 교수 발제 후, 이세령 목사(남서울노회 복음자리교회)가 논찬하였고, 점심식사 후 성희찬 목사가 “우리 교단 내 목사 장로의 바른 역할과 협력사역에 대한 고찰”라는 제목으로 발제 한 뒤, 신호섭 목사(서울남노회 올곧은교회)가 논찬함으로 마무리되었다. 

◆포럼 이모저모

신학포럼의 취지를 설명하고 인사하는 신대원 원장 신원하 교수
발제하는 성희찬 목사
사회보는 이한식 목사
논평하는 이세령 목사
포럼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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