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우(穀雨) / 김기호
잠꾸러기 곡물들
게으른 잠 깨우러
토닥이는 비
마른 땅도
자신의 때 된 줄 알고
물 길 여는 이 계절은
거칠어진 우리 심령
돌아보기 좋은 날
생명으로 생명을 열었기에
마른 볍씨 하나도
귀히 여긴 옛 손길이
또한 그리운 오늘
우리는
사람을 얼마나 귀히 여겼는지를
참회하기 좋은 날
갈 것 미련 없이
가야하고 올 것 필경 와야 하는 순리를
하늘이 가르치는 이 계절
그러나 너는
붙들고 막고 금 긋고 나누어
하늘 뜻 거스리지 않았는지
살피기 좋은 날
순리를 따르는 자를
하늘 님은 보우하사
곡우사리 풀어 놓으시고
곡우 물 충만케 하사
넘치는 풍요를 주셨으니
그대여
막힌 것 열어주고
역리 하진 말 것이며
정직으로 흘리는 땀을
사랑하라
하늘 비는 그들의 몫으로 준
천상의 젖 줄
김대진 편집장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