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ident's Impeachment and political maturity of the people

안병만 목사(본지 운영위원장. 열방교회)

필자는 탄핵정국이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함구하면서 기도만 해왔는데,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어 헌법 재판소에 넘어온지 90여일만인 지난 금요일(3.10) 11시 22분에 사상초유의 ‘대통령 파면’ 이라는 탄핵 인용이 선고되었다. 그것도 예상을 깨고 재판관 8명 전원의 의견일치로 가결되었다. 대통령 탄핵인용에 대해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만 국민 앞에 ‘죄송하다’라는 말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다른 정당들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시민혁명 혹은 국민의 승리라고 자부하면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당 대표뿐만 아니라 대선후보자들도 한결같이 환영하는 분위기다. 필자는 몇 개월의 탄핵 정국을 보면서, 무엇보다도 우리 국민들이 위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사회 혼란이 없이 이 날을 기다리면서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경제적인 여건과 주위 환경이 어려워져 가는 가운데도 참고 기다리며 인내하는 국민들이 대단하였다. 폭동이 일어나고 사회 혼란이 과중될 수 있는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국민이 사법부의 최종 결정을 침묵 속에서 기다리며 오늘까지 오게 된 것은 어느 민족도 흉내 낼 수 없는 국민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분단 70년이 되어 북의 위협과 도발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위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자신의 주어진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정치권의 혼란 속에도 중심을 잃지 않고 기다릴 수 있음은 우리 국민의 정치적 성숙도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물론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를 통해서 국민들의 상반된 견해를 전달하려는 노력들은 있었고 그것이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평화적 시위를 통해서 시민정신과 질서가 한층 성숙했음을 보여 주었다. 분명한 것은 촛불이나 태극기 집회의 열기나 시위의 강도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영향을 받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사법부는 법리를 따라 그것이 법 정신에 위배 되었는지 아닌지를 냉철한 판단 기준을 가지고 결정했다고 본다.

하지만 필자가 아쉬워하는 부분은 피청구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좀 더 솔직하게 법 앞에 섰었더라면 이런 결과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세 번의 담화를 발표하면서 당신의 실수와 잘못을 국민 앞에 솔직하게 고백하고 용서를 구했더라면 선량한 국민들이 용서하고 재임 기간을 다 채우고 명예롭게 퇴진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물론 그렇게 해도 반대하고 욕하고 더 나아가 시위하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대다수 국민들은 용서해 주었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께서 검사와 특검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국민들 앞에 약속을 해 놓고 실행하지 않은 것도 탄핵인용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지 않았겠는가? 우리 민족은 이성보다 감성이 풍부하여 법보다 정서적인 면이 더 큰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을 보면서 좀 더 국모로써 겸손한 자리에 내려와 겸허하게 이번 탄핵에 반응 했더라면 이와 같은 사태는 맞이하지 않았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제 탄핵정국이 마무리 되고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이 될 것이다. 개인의 야망과 당리당략을 쫓아 행동하지 말고 대의를 품고 국민을 위하는 선한 정치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보다 흐틀어지고 양분된 국민의 마음이 하나로 뭉쳐지는 것이 중요하다. 불신과 반목의 갈등을 치유하고 서로 용서하고 화합하는 모습으로 나아가도록 정치권이 이 일을 위해서 살신성인의 행동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리고 내각이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정직과 공의로 차기대통령이 선출되어 취임 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특히 종교인들이 마음을 하나로 뭉쳐 기도하면서 안정과 평화를 추구하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가 이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는데 한 알의 밀알이 되었으면 좋겠다. 죽고자하는 자는 살고 살고자 하는 자는 죽는다는 패러독스의 진리를 실천하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바란다. 모든 역사의 주관자는 하나님이시다. 계획은 사람들이 하지만 그 일을 결정하시고 진행하시며 성사시키시는 분은 살아계신 하나님이시다.

이 민족이 상한 갈대처럼, 꺼져가는 심지처럼 유약해 보여도 800만 한국교회 성도들이 바른 정신과 신앙을 가지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면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충실하게 잘 감당한다면 탄핵인용 후에 더 밝은 세상,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정의롭고 잘 사는 희망이 넘치는 나라가 될 것이다. 이 일을 위해 더 엎드려 기도하며 행동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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