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교회아카데미, 교회의 사회적 신뢰회복을 위해서

바른교회아카데미(원장 이장호 목사)는 지난 13~14일 장로회신학대학교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 “종교개혁 500주년, 2017 한국교회 개혁과제”를 주제로 제21회 연구위원회 세미나를 개최했다.

본지가 보도한 만인제사장론에 대한 발제(관련기사 참조)와 더불어 “한국장로교회 직제와 정체의 개혁을 위한 제언”이라는 제목으로 박경수 교수(장신대), “오히려 지금이 기회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박원호 목사(주님의교회), “교회의 정치제도와 직제-헌법학자의 시각”을 제목으로 이국운 교수(한동대)가 “교회의 정치제도와 직제”부분의 개혁과제를 발표했다.

세미나 참석자들

또한 “교회의 사회적 신뢰회복”을 위한 개혁과제를 위해서, “후권위시대의 신학교육(postauthority theology): 다름의 공존과 창의성을 향한 신앙공동체 형성을 위한 신학교육”을 제목으로 김인옥 교수(장신대), “시민사회에서 교회의 공적 역할”,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교회의 사회적 신뢰회복”에 대해 정주채 목사(용인향상교회)가 각각 발표했다.

교회정치제도 개혁, 총회 노회 당회의 인적구성 변화 필요

박경수 교수(코닷 자료실)

박경수 교수(장신대)는 “예장통합의 경우 총대만 1,500명이라 의사결정의 비효율성은 물론, 장소를 구하는 것조차 힘들고 제한적”이라며 “더욱이 여성 총대는 24명의 불과하고 청년, 장애인, 소수자를 대표하는 총대는 아예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장년 남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면 당연히 개선돼야 한다."며, "다양성과 포용성의 원칙에 따라 당회와 노회의 인적 구성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 교수는 또한 "개교회주의의 병폐가 심해지는 가운데 목회자의 개인주의 극복과 공교회성의 회복을 위해 노회의 역할과 중요성이 복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교회 구성원의 다양한 목소리가 총회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신학교육 선교적 모델로 바뀌어야 한다

김인옥 교수는 교회의 사회적 신뢰회복를 위해 신학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선교적 모델에 따른 목회자를 양성해 지역사회 필요를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오늘날 한국 신학 교육이 고전적 모델, 소명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고전적 모델은 개인의 내면 변화와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소명적 모델은 교회를 키우고 잘 유지할 수 있는 목회자를 길러내는 모델이라고 다음과 같이 전했다.

김인옥 교수

“선교적 모델은 이와 다르다. 교회 바깥으로 시선을 향한다. 다양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지역 공동체와 밀접한 사역을 수행하는 목회자를 기르는 데 목적을 둔다. 지역사회 필요에 맞게 사역하는 교회가, 선교적 모델이 지향하는 교회다.”

김 교수는 소수의 약자가 가진 경험·관점·지식도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여성이다. "오늘날 여성은 신앙 공동체에서 주변인으로 머물고 있다. 여성이 갖고 있는 경험과 의견을 교회 정책에 진지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교회에서 여성 사역자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여성 인권이 어떤 역사를 거쳐 향상됐는지, 교회 안에 양성평등 의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등을 신학교가 가르쳐야 한다고 결론을 맺었다.

교회의 정체성 유지하며 시민사회에 참여하라!

정재영 교수는 교회가 사회적 신뢰회복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에서 교회의 공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시민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사회 개혁을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종교사회학)

정 교수는 교회가 사회운동에 필요한 조직적이고 철학적인 기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교회가 구성원들에게 동료, 직업, 후원 집단, 정보 등을 제공하면서 사회참여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교회 구성원이 공공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토론하기 시작한다면, 교회가 시민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사회자본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종교사회학자 로버트 우스노우를 인용하면서, 교회가 사회에서 수행할 역할 모델을 제시했다. 정체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포괄성을 지향하면서 시민사회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는 교회가 다른 종교나 신념을 존중하면서, 대화와 토론으로 보편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기독교가 예언자 역할을 회복해 비판 기능을 수행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는 교회 생활에만 높은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모든 생활에 엄격한 윤리 기준을 적용했다며, 오늘날 한국교회가 종교개혁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교회 구성원이 일상에서 윤리적인 삶을 살면서,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 부흥을 이야기할 때 아니고 교회 건강을 염려할 때다

정년을 5년 남겨두고 조기 은퇴를 결정하며 원로 목사 되기를 거부했던 정주채 목사(향상교회 원로목사)는 한국교회가 신학적 개혁보다 윤리적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며 자정능력 회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목회자가 저지르는 죄 때문에 교회가 사회에서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재정 횡령, 성 문제, 욕심, 거짓과 위선 등 죄목을 하나씩 거론했다.

바른교회아카데미 이사장 정주채 목사

정 목사는 총회·노회에서 활동하는 목사들이 재정을 아무렇게나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끔 놀란다고 했다. 어떤 노회 시찰회는 노회 재정으로 해외여행을 갔다 오기도 했기 때문이다. 정 목사는 "총회·노회 재정은 모두 교인들 헌금으로 마련한 것이다. 헌금을 대하는 목회자 의식에 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목사가 교단 총회장이나 연합 단체 대표가 되려고 억대 돈을 사용하며 선거운동을 하고, 잘나가던 목사가 성범죄를 저질러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사례를 전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목회자 후보생 자격을 강화해야 하고, 권징 절차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정 목사는 전했다. 어떤 신학교가 목회자 후보생 자격을 강화해도, 신학대가 전국에 수십 개나 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목사는 지금은 교리·신학 개혁보다 윤리 개혁이 더 시급하다며 다음과 같이 전했다.

"한국교회에는 그야말로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교회 부흥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교회 건강을 염려할 때다. 치리를 회복하고 교회 정화에 나서야 한다. 교회가 자정 능력을 잃으면 세상이 교회를 정죄하고 심판할 것이다."

정 목사는 "지금 한국교회의 목회자들 세계에서 사기, 간음, 폭력, 살인 등 일어나지 않는 범죄가 없다"며, "윤리적 삶의 회복을 위해 전 교회적으로 갱신과 진정한 부흥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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