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감으로 시작한 2017년

이성구 목사 /시온성교회

2017년, 별로 유쾌하지 않게 한 해를 시작하였습니다. 근년 들어 이렇게 맥 빠진 새해가 언제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비상시기도 아니고 비상한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나라에 대통령이 없습니다. 그냥 그렇고 그런 여자 한 사람이 대한민국을 파국으로 몰고 갈 정도로 대한민국이 별볼일 없는 나라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서로 남 탓을 하며 분열된 야당을 뒤따라 여당까지 분열의 길로 가버렸습니다.


미국에 트럼프라는 인물이 등장하면서 세계의 경제 질서가 바뀔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 아닌가 염려가 많은데 우리 정부는 대책을 세울 사람도 없고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나라야 어떻게 되든 그저 대통령 서로 되려는 사람들만 나서서 야단법석입니다. 이런 틈을 타고 사드 배치, 위안부 문제 등으로 중국과 일본이 우리에게 보란 듯 배를 내 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절망의 그늘에 뒤덮인 상황입니다. 그 누구도 소망의 메시지를 던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망의 끈을 잡게 하는 사람들
“수술에서 깨어났을 때 극심한 통증이 느껴져 무서웠어요. 이때 회복실 천장에 쓰여 있는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사 41:10)는 말씀이 눈에 들어왔어요. 저절로 눈물이 나고 안도감과 평안함을 느꼈어요.”(고산옥)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불안했는데 마취하기 전 의사 선생님이 기도해주시니 짓눌렸던 마음의 부담과 불안이 사라졌어요. 나를 수술해줄 분이 기도를 해주니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어요.”(이형철) 

최근 몇 년 동안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 받은 이들이 이런 고백을 했다는 보도가 어제 국민일보에 실렸습니다. 극심한 불안과 고통 속에서 떨며 수술실로 들어간 환자들에게는 수술실 침상에서 바라본 성경말씀이 큰 힘이 됐으며, 수술 전 의료진이 드리는 기도가 불안을 덜어줬다고 진심을 담아 고백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연세대학교 의료원 원목실은 2013년 7월부터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등 산하 모든 병원 수술실에서 ‘기도로 함께하는 의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술 대기실에서는 원목실 교역자가 환자와 수술할 의료진을 위해서 기도하고, 환자가 요청하면 마취 전과 수술 전에 의료진이 직접 기도하는 프로젝트 소식은 내게는 충격이었습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선교사들이 세운 연세대, 이화여대와 같은 기독대학들이 전부 세속화되어 버렸다고 자조하고 절망하고 있었는데, 연세 세브란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은 놀랍습니다.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나약해진 환자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는 ‘기도로 함께하는 의사 프로젝트’는 스님들도 기도를 부탁할 만큼 대부분의 환자들이 요청하고 있고,” “이는 세브란스병원의 기독교적인 정체성을 드러내는 일”이라는 원목실장의 말에 힘이 느껴집니다. 읽는 내 눈에 눈물이 고이면서 소망이 확 솟아오릅니다. 

그러면서 금년부터 우리가 깊은 인연을 갖게 된 <청십자>를 시작한 장기려 박사를 생각하게 됩니다. <주*조*장 정신>이라고 했던가요? 주기철 목사님의 순교정신, 조만식장로님의 순국정신의 선상에서 그를 아는 분들은 장기려 장로의 ‘순봉(順奉)’정신이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우리 국어사전에도 ‘명령을 좇아 받드는 것’을 ‘순봉하다’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그 장박사님은 수술을 마치신 다음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자매님,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습니다. 이제 하나님이 하실 일만 남았습니다. 기도하세요!” 기도하는 사람, 그가 마침내 역사를 이룰 것입니다. 새해에는 한국교회에 주님의 명령을 받들어 기도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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